공상 과학을 상징하는 주인공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작가 카렐 차펙.

프란츠 카프카, 보후밀 흐라발, 밀란 쿤데라, 바츨라프 하벨, 비테슬라프 네즈발, 야로슬라프 세이페르트 등 동유럽국가의 자존심을 드러내 준 문필가를 배출.

매년 7월 개최되는 유럽의 대표적인 영화제 중 하나인 카를로비바리 국제 영화제.

공상 과학과 유럽 예술의 본산 체코의 SF 영화의 현주소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펼쳐진다.

16일 개막되는 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마련한 ‘특별전’ 통해 ‘체코 SF전’이 공개된다.

▲사진은 체코 영화 '못말리는 좀비'의 한 장면

주한 체코대사관이 후원하는 이번 특별전을 통해 좀비와의 싸움을 통해 생존의 의미를 찾아가는 영화 ‘못말리는 좀비들’을 비롯해 2163년을 배경으로 로봇의 반란에 대항하는 우주선 이카리 XB 1승무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카리 XB 1’, 약혼자를 납치한 사악한 과학자를 찾아가는 순진한 공작의 이야기 ‘카르파티아의 신비한 성’ 등이 국내 최초로 상영된다.

특별전을 축하하기 위해 체코 SF 문학계의 대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온드르제이 네프(Ondrej Neff)가 부천영화제를 찾아 체코 SF영화와 문학의 정수를 국내 예술 애호가들에게 직접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체코는 영화에서 문학까지 SF 장르의 전통을 자랑하는 SF 강대국.

동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다양한 지역의 SF장르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체코의 SF문화는 20세기 초부터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배출해 왔다.

테크놀로지에 대한 상상력과 철학적 고민이라는 SF적 바탕에 코미디의 요소를 섞어내는 체코SF 고유의 특징은 이후 많은 SF영화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영화'이카리'의 한 장면

이번에 상영되는 ‘이카리 XB 1’은 체코의 가장 유명한 공상 과학 영화.

오리지널 동유럽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극찬을 듣고 있는 작품이다.

우주선 이카리 XB 1호의 승무원과 반란을 꾀하는 로봇 사이의 분투를 그리는 인드리치 폴락의 ‘이카리 XB 1’은 안드레이 타프콥스키와 스티븐 소더버그가 영화로 각색한 ‘솔라리스’의 원작자 스타니슬라브 렘(Stanislaw Lem)의 ‘마젤란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스타 트렉’, 영국의 ‘스페이스’ 같은 영화나 시리즈 물에서 볼 수 있는 우주선 인테리어의 정교한 디자인과 우주선 내의 일상적인 일과의 묘사가 단번에 흥미를 끌어 들이고 있는 작품.

‘카르파티아의 신비한 성’은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하여 사이버펑크의 하위 장르로 불리며 주로 19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스팀 펑크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

쥘 베른의 소설을 바탕으로 SF와 판타지적 모티프를 통해 체코 슬랩스틱 코미디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사지절단 코믹 좀비 영화로 체코 장르영화의 건재함을 알렸던 ‘못말리는 좀비들’ 역시 체코 장르영화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로 국내 영화 애호가들에게 벌써부터 구미를 당겨주고 있는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한편 영화제 기간 체코 SF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부천영화제를 찾는 SF 작가 겸 저널리스트 온드르제이 네프는 ‘로봇 Robot’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냈던 소설 ‘R.U.R: Rossums Universal Robots’로 유명세를 얻은 작가 카렐 차펙(Karel Chapek)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조셉 네스바드바(Josef Nesvadba) 이후 체코 SF 문학계의 대부로 인정받고 있으며 SF 문학의 아버지인 쥘 베른(Jules Verne)의 전문가.

1981년에는 체코 SF의 역사를 다룬 최초의 책 ‘썸씽 이즈 아더와이즈 Something Is Otherwise’를 출간했으며 지금까지 20여권이 넘는 SF소설, 6권의 논픽션, 사진에 관한 책 10여권, 만화 시나리오 10여 편, 미국 사이버펑크 SF 번역 등 체코의 동세대 작가들 중 가장 왕성한 필력을 보여주고 있는 재능꾼이다.

부천영화제를 찾는 온드르제이 네프는 21일 부천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못말리는 좀비들’의 상영이 끝난 후 박상준(SF 평론가), 야로슬라브 올샤(주한 체코 대사) 등과 함께 관객과 함께하는 메가토크 ‘체코 SF 세계와의 조우’를 통해 사회주의 국가 시절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진 체코 SF영화에 얽힌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경기 LNEWS4@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