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야>의 '명품남녀'를 눈 감고 들어본다고 생각해볼까요. 눈을 감고 들어도 역시, 웃길 것 같습니다. 반면 <웃찾사>의 예전 코너 '택아'를 눈을 감고 들어본다고 생각해볼까요. 눈을 뜨고 보는 것만큼 웃길 것 같지 않습니다. 그건 아마도 '명품남녀'가 말로 웃기는 코미디라면 '택아'는 윤택의 거대한 몸집과 느릿한 리듬의 몸짓으로 웃기는 코미디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처럼 무대에 선 배우는 말과 몸, 관객을 웃기기 위한 무기를 두 가지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휴먼 코메디>는 몸을 이용하여 웃기는 연극입니다.



<휴먼 코메디>는 세 가지 소극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배 타러 가는 아들을 말려보려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가족'이 첫 번째 에피소드, 노래 자랑 대회에 나가서 '냉면'을 부르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냉면'이 두 번째 에피소드입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여섯 명의 배우가 열 네 가지 배역을 맡아 일인다역을 소화해내며 한 모텔에서 벌어진 좌충우돌 소동을 그립니다. 언뜻 보면 평범해보이는 줄거리에 대사량도 적지만,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그치질 않습니다. 실제 연극 녹취분에서도 침묵이 흐르고 관객들의 킥킥대는 웃음만이 들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배우들이 광대코를 하고 무성 영화 배우들처럼 움직이면서 몸짓으로 관객들을 웃기기 때문입니다.

"연출가 선생님의 학부 수업을 들으면서 움직임이라는 게 다른 연극보다 참 생소하고 새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출연 배우 방현숙이 밝혔듯, 이 연극의 연출가 임도완은 프랑스 미모스 마임 축제 초청작 <두문 사이>를 연출했으며 움직임에 중점을 둔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연출 의도에 "신체를 자학해서 웃음을 구걸하지 말고, 신체를 다스려서 웃음을 선사 받아라" 라고 썼습니다.



하지만 몸을 이용한 코미디를 격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충 바보짓을 하거나 옆에 있는 사람과 치고 박으면 웃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일까요. 그러나 출연 배우 권재원 씨는 "어떤 제스추어를 0.5초 빨리 하느냐, 늦게 하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전혀 달라져요. 그렇게 예민한 것이 코미디예요."라고 밝혔습니다. 나의 웃음, 아니 우리 관객들의 웃음이다른 누군가에게는 초간을 고민해서도 얻기 힘든 대상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연극에 웃음만 있는 건 아닙니다. 똑같은 소품 빨간코인데도, 그것이 배 타러 가는 아들에게 더 큰 감자를 먹이고 싶은 가족들에게 달려있으면 한없이 슬프고 애틋해보입니다. 그러다가 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냉면'을 부르는 아이들의 코에 달려있으면 한없이 귀엽고 깜찍해보입니다. 주변 소품 하나를 가지고 네 몸짓을 이용해서 슬프게 혹은 우습게 보이게 해봐라, 라고 요구 받는다면 우리는 과연 잘할 수 있을까요? 몸으로 표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연극 <휴먼 코메디>
일시 : 2007년 2월 2일(금) ~ 5월 27일(일)
화~목 7시30분 / 금~토 4, 7시30분 /
일요일 3시 / 공휴일 3시, 6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