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번째 ‘봉사리팝스’에는 싱어송라이터 겸 래퍼 현재근이 출연해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이방인’이라는 정체성, 랩과 노래를 오가는 창작 방식, 앞으로의 활동 계획까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현재근은 자신을 “다양한 방면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현재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음악뿐 아니라 글, 그림, 디자인, 사진까지 여러 분야를 하고 있다며, 아직도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들은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라는 말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시대라며 그의 폭넓은 활동에 공감했다.
승일&아이리나의 봉사리팝스 - 싱어송라이터/래퍼 현재근
1부 사연 코너에서 현재근은 무한궤도의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를 추천했다. 그는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의 후회는 없노라고”라는 가사가 오랫동안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다고 밝혔다. 언젠가 삶을 돌아볼 때 “후회는 없었다”고 담담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SNS 아이디에 담긴 의미도 소개했다. 현재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 ‘nothing0’을 ‘노띵’으로 읽으며, “아무것도 아니다”,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만큼 하나의 이름이나 장르에 자신을 가두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는 게시물이 460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친구들이 “뭐가 노띵이냐”고 말할 정도로 많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며, “세상에 잠깐 들렀다 가는 것이라면 제 흔적을 최대한 많이 남겨놓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진행자들은 그 말에 감탄하며, 창작을 향한 현재근의 태도를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음악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다. 현재근은 진로 고민이 많던 시기, 동생이 먼저 랩을 시작했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던 마음을 가사로 풀어내는 모습을 보며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자신 역시 말주변이 많은 편은 아니었기에, 마음속 감정과 생각을 가사로 표현하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소개에 적힌 ‘이방인’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현재근은 아버지가 군인이어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총 17번 이사를 다녔다고 밝혔다. 어느 한 곳에 깊이 소속되기 어려웠고, 친해질 만하면 다시 떠나야 했던 경험이 쌓이며 스스로를 이방인처럼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감각이 결핍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안과 밖을 동시에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그 시선이 글과 음악, 사진, 디자인 등 여러 창작 활동으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승일&아이리나의 봉사리팝스 - 싱어송라이터/래퍼 현재근
첫 번째로 들려준 곡은 동생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나는 왜, 다 지나간 그때로’였다. 현재근은 지난날을 자주 되돌아보는 편이라며, “나는 왜 지난날에 좋았던 때만 기억하면서 살게 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곡에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와 그리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마음이 담겼다.
노래와 랩 중 무엇이 더 어렵냐는 질문에는 “둘 다 너무 어렵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노래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해 랩을 시작했지만, 랩 역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밴드 동아리와 랩 동아리를 모두 하고 있는 현재근은 자신의 음악이 랩에만 속하지도, 밴드 음악에만 속하지도 않는다고 말하며, 음악 안에서도 ‘이방인’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아이리나는 현재근의 가사가 가진 깊이를 언급하며 “듣다 보면 생각에 잠기게 된다”고 말했다. 승일 역시 요즘은 노래나 랩을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무엇을 표현하고 들려주느냐가 중요하다며, 다양한 장치를 가진 현재근의 음악이 가진 가능성을 짚었다.
‘갈증을 기록한다’는 표현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현재근은 갈증이 자신이 하는 모든 활동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요즘 가장 크게 느끼는 갈증은 산발적으로 퍼져 있는 활동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음악, 글, 사진, 디자인이 각각 흩어져 있기보다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정리되고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생과의 음악 작업도 소개됐다. 현재근은 어릴 때부터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고, 동생이 랩을 시작하며 비트가 필요하다고 해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자신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아 함께 랩을 하게 됐고, 지금도 같은 방에서 마이크를 두고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형제가 서로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생활신조처럼 쓰고 있다는 ‘나쁘게 살자’에 대한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냈다. 현재근은 동생이 어느 날 배경화면에 ‘나쁘게 살자’라고 써둔 것을 보고 이유를 물었고, 동생이 “진짜 나쁜 사람들이 착하게 살자고 하니까, 나쁘게 살자고 써두면 얼마나 착한 사람일까 생각하지 않겠냐”고 답했다고 말했다. 현재근은 그 말이 마음에 들어 자신도 배경화면으로 쓰게 됐다고 밝혔다.
승일&아이리나의 봉사리팝스 - 싱어송라이터/래퍼 현재근
이날 현재근은 라이브로 ‘시간은 나를 떠나’를 선보였다. 원래 국문학 전공이었던 그는 이 곡의 2절에 윤동주의 시를 가져와 가사를 썼다고 설명했다. 떠나간 시간과 후회, 자신을 떠나는 감각을 담은 곡으로, 싱잉과 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승일은 “음감이 굉장히 좋다”며 라이브를 높이 평가했고, 아이리나는 감기에 걸린 상태였다는 말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음악 외의 창작 활동도 소개했다. 현재근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직접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포토샵 아트워크를 만들고, 음악에 필요한 디자인 작업도 스스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보에 필요한 굿즈나 케이스를 만드는 일도 즐긴다며, 자신의 음악을 둘러싼 시각적 세계까지 직접 구축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는 1부에서 추천한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를 다시 언급했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나 삶을 돌아볼 때 “후회는 없었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붙잡고, 그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감정을 음악과 아트워크, 사진에 담아내는 이유 역시 그 질문과 맞닿아 있었다.
장기적인 목표로는 종합 전시와 책 출간을 꼽았다. 현재근은 사진, 음악, 시청각 자료를 한데 모아 전시를 하고 싶고, 그 기록을 아카이브로 묶어 책으로 내고 싶다고 밝혔다. 당장의 계획이라기보다는 죽기 전에 한 번쯤은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 활동 계획으로는 입대를 언급했다. 현재근은 학군단 과정을 거쳤지만 임관하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하면서 남은 병역 의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9월이나 10월쯤 입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들어가기 전 두 곡 정도를 발매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나는 여름 느낌의 청량한 곡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아쉬움을 담은 곡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방송 말미 현재근은 “곡을 들려드릴 일은 있었어도, 곡에 대한 생각이나 삶의 가치관을 이렇게 나눌 기회는 거의 없었다”며 이날 자리가 귀한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으로도 자신의 고민과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승일&아이리나의 봉사리팝스 - 싱어송라이터/래퍼 현재근
마지막 곡으로는 ‘전하려던 눈물을 닦고’를 들려줬다. 현재근은 평소 잘하지 않던 발라드 스타일의 곡이라며, 인간관계에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감정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깊은 가사와 담담한 보컬이 어우러진 마지막 곡으로 차분하게 마무리했다.
‘승일 아이리나의 봉사리팝스(2026.07.09.)’는 관악FM 홈페이지와 관악FM 앱에서 다시 들을 수 있으며, 유튜브 관악FM 채널을 통해 보이는 라디오 다시 보기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