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봤네 관악선녀 1탄
위험한 친구들 : 대출․보험 광고

2005년. 쇠고기 카레를 판매하는 호주의 한 인도요리 체인점은 브랜드 이름과 광고에 마하트마 간디의 이미지를 이용했다가 간디 후손들의 반발을 이기지 못해 결국 그 이미지를 포기했다.

흘러간 쇠고기 카레 광고 소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배가 고프기 때문만은 아니다. 호주의 그 인도요리 체인점은 간디의 채식주의 사실을 몰랐거나, 혹은 그저 인도인 한 명의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들의 광고에 마하트마 간디의 이미지를 삽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쇠고기카레와 간디의 조화에서 느껴지는 그 불편함은 그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하고자했던 것은 마하트마 간디라는 하나의 역사적 인물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이고 상징적인 어떠한 이미지나 관념을, (아무 상관없는) 자신들의 요리에 이식시키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시도는 다소 ‘큰’ 것을 건드려 버린 고로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사실 우리가 접하고 기억하는 대부분의 광고는 그러한 이미지의 이식에 성공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렇게 성공한 이미지 이식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부작용이다.



당신을 정말 믿어도 될까?

1) 최민식, 염정아, 김하늘, 한채영, 이영범, 최자혜…
위 연예인들의 공통점이 뭘까? 같은 영화를 찍냐고? 글쎄. 넓은 의미에서는 하나의 커다란 시나리오에 편입되어 있기는 하다. 같은 드라마를 찍냐고? 비슷한 대사를 말하기는 한다. “힘든 당신, 돈 빌려드릴게요.”

2) 한 중견 연예인의 대출 광고 출연에 대해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그 대부업체는 말한다. “그는 주주도 아니고 회사와 별다른 인연도 없다. 기업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모델로 섭외했고, 광고료 등 조건이 맞은 것으로 안다”
광고주와 연예인이 서로 조건이 맞아 하나의 광고가 만들어지는 것은 현 자본주의 사회에서 몹시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다. 현 구조 내에서 광고의 목적이 100% 사실 전달에 있다기보다는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긍정적으로 각인시키고자 하는 것에 있다는 점도 배제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대부업 광고라는 문제와 이러한 현상이 만나면 문제는 조금 심각해진다. 한 연예인이 광고에 나와 실제 그 과자의 맛이 끔찍하더라도 ‘이 과자 정말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하고 미소 짓는 것과, 자신이 소개하고 있는 사채 상품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채, 혹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쉽게 대출 받으세요. 안전해요.’ 하고 춤추는 것은 설령 같은 곳에 뿌리를 두고 있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 여파의 범위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신들...믿을 만한거야?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사실을 전부 말하지 않았을 뿐.
우리가 내건 이미지를 보고 판단은 결국 당신이 하는 거니까.

진정한 친구가 되어 줄 테니 돈을 다오
광고계에서 대출관련 광고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바로 보험 광고이다. 금융상품이라는 것 외에는 커다란 접점을 찾기 힘들 것 같은 이 두 상품 광고는 하나의 커다란 키워드로 묶일 수 있다. 바로 소비자의 불안이다. 따라서 대출광고와 보험광고에는 ‘친구’ ‘동반자’의 이미자가 몹시 높은 빈도수로 드러난다. 대출 광고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파고들며 ‘이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안전해’라고 말한다면, 보험 광고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뒤흔들며 ‘혼자라면 위험하지만 나와 함께라면 안전해.’라고 말한다. 불안한 사람들에게 ‘안전함’에 대한 확신은 몹시 중요하다. 대부업체가 그 안전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해 우리에게 친숙한 연예인들을 기용했다면, 보험업체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미래와 동반자들로 화면을 채운다. 마치 그것이 그 보험에 가입한 우리들의 필연적 미래라도 되는 양.
그런데 정말 그런가? 누구나 남편의 죽음에 10억이라는 돈을 받는가? 암에 걸려도 수술비 입원비 걱정 없이 아플 수 있나? 그 지긋지긋하고 까다로운 조건들은 대체 어디로 숨었지? 이건 과자 광고가 아니잖아?

위험한 친구들
앞서 인도요리 체인점이 그러했던 것처럼, 기업은 자신들의 판매 상품과 어떤 긍정적 이미지 간의 논리적 연결고리의 유무를 중요시 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은 광고를 통해 만들어낸 이러한 환상-혹은 환영을 가지고 상품을 실컷 판매하면서도 막상 그로인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소비자들이 논리와 이성을 가지고 상품을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 발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자본주의는 불안의 경제다. 우리에게 끝없이 통장 잔고와 실존의 문제를 같은 맥락에서 고민하게 만들고는, 그 문제의 해결책이랍시고 또 다른 불안을 권유한다.

광고 속. 우리의 친구는 없다. 익숙한 얼굴을 한 판매자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