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24개의 이야기가 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꿈이 아닐까 싶은 시련이 있고 눈물을 닦고 일어선 주인공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말한다.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

#미국 동부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 대학 병원 안내데스크. “슈퍼맨 의사가 어디 있죠?”라고 물으면 안내원은 이승복 씨가 일하는 재활 병동으로 안내한다. 사람들은 이승복 씨를 슈퍼맨이라 부른다.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가 이승복 씨와 같은 척수 손상 환자였기 때문이다. 촉망 받는 체조 선수였지만 사고 후 가슴 아래로 마비인 중증 장애인이 되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모든 것을 새로 시작했다.

#석창우 씨가 붓을 들면 주위 모두가 숨을 죽인다. 국내외 전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며 ‘제1호 의수 화가’ ‘수묵 크로키’ 장르 개척자로 불린다. 예술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그가 그림을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팔을 잃은 후였다. 네 살 된 아들에게 참새 한 마리를 그려준 것이 시작이었다. 내친김에 ‘나도 뭔가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의 석창우 화백을 만들었다. 그는 더 이상 두 팔로 낚시하는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뇌성마비 장애인인 최창현 씨는 만 30세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가족의 손을 빌지 않고 집 밖을 나섰다. 휠체어에 익숙지 않았던 그는 화장실 걱정에 닷새 동안 물을 마시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장애인 인권을 위해 삭발과 알몸 시위도 마다하지 않는 투사가 되었다. 전동 휠체어를 입으로 조종해 유럽과 중동 등 세계 35개국을 횡단했다. 그의 다음 목표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휠체어를 타고 우리 국토를 종단하는 것이다. 이는 장애인 인권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다.

“내가 장애 극복을 이야기하면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데, 통일 문제를 꺼내면 ‘왜 중증 장애인인 당신이 그 얘기를 하느냐’고 이상하게 본다. 내게는 그런 시선이 더 이상했다.” 최창현 씨는 허리가 잘린 한반도를 장애인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통일이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한다.

제목 그대로 멋지고 아름다운 24개 이야기가 담겼다. 세상은 장애인들이 시련을 이기고 한계를 극복해야만 관심을 기울인다. 책 속 주인공 24명 외 책 밖에는 수백만(국내 등록 장애인 242만)의 장애인이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슈퍼맨도 헬렌 켈러도 아닌 그들에게도 이 책의 제목은 유효하다. 다만 이 책은 일상에 묻혀 꿈을 잃고 방황하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에게 ‘기적’은 있다고 증명한다.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기적은 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외친다. “나는 멋지고 아름답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