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는다면, 우리 모두 스스로 목격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노벨평화상 수상자 에리 비젤(Elie Wiesel)

순화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집은 어느 곳도 아니고 아무 곳이나’라는 제목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는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편집장 마르틴 되리와 사진작가 모니카 추흐트가 20여년 간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만나 인터뷰한 자료이다. 

전시된 사진은 인터뷰 대상자들을 클로즈업하여 그들의 눈빛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그 눈빛은 미소를 머금기도 하고 냉정하기도 하고 공허하기도 하다. 사진으로 미처 읽지 못한 이야기는 사진과 함께 전시된 인터뷰 자료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누구보다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여준 루실 아이헨그린은 게토에서 어머니를 잃었다. 동생 카린과 직접 손으로 땅을 파서 어머니를 묻었다. 그리고 카린마저 잃었다. 그녀의 인터뷰를 읽고 난 후 다시 본 그녀의 웃는 얼굴이 다르게 다가왔다.

루트 클뤼거는 비망록 <계속해서 살아가기>에서 ‘거의 모든 생존자는 우연에 의하여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적었다. 오드리히 스타란스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를 입증한다. “아우슈비츠에는 저보다 똑똑한 사람도 많고 신체적으로 훨씬 건강한 사람도 많았습니다만 이들은 살아남지 못했죠. 제가 살아남은 것은 순전히 운이었습니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눈빛의 아르노 루스티거. 그는 수용소로 향했던 ‘죽음의 행진’을 떠올리며 “그냥 누워 버리면 모든 게 끝난다는 절망에 사로잡히다가도 문뜩 ‘더 버텨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중에 다 얘기하고 보고할 누군가가 남아야지’라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마르틴 되리와 모니카 추후트가 만난 24인 중 대부분은 작가 또는 출판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전시는 2010년 3월 3일에서 3월 25일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린다. (문의 02-2151-6500, 관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