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한국인들 사이에는, 중국어는 몰라도 중국에서 밥 굶을 일은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태리, 프랑스 요리는 몰라도 중국요리만큼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류산슬, 양장피, 탕수육 ... 자장면, 짬뽕'

그러나 중국집 음식이라고 해서 중국 사람들도 알아 들을 거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하다못해 중국 음식의 대명사인 '자장면'도 모르다니, 그럼 그 많은 중국 요리들은 가짜란 말인가? 한국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짬뽕'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요사이에는 이 같은 인식이 확산되어서 ‘자장면은 인천이 원조다’라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정말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에는 예나 지금이나 자장면이 있다. 다만 우리가 즐겨 먹는 자장면과는 맛과 형태가 약간씩 다르다. 우리가 먹는 자장면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진화한 것이다. 감자나 양파가 들어가고, 자장의 맛도 달면서 국물이 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중국에는 한국식 자장면이 없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인 것이다.

그럼 왜 중국과 한국에는 ‘자장면’과 같이 같으면서 다른 음식 문화가 발생한 것일까?

지난 100년 한·중·일 3국의 음식 문화가 변해 온 모습에는 동아시아가 겪은 복잡다단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제국과 식민지라는 서로 다른 경험으로 20세기를 시작한 한·중·일 세 국가의 음식 문화는 때로는 억압하고, 때로는 융합하면서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았다.

<차폰 잔폰 짬뽕>은 한·중·일 3국의 음식 문화를 통해 3국의 역사를 들여다 본다. 책에는 자장면, 짬뽕 외에도 김치, 비빔밥 같은 우리 전통 음식의 역사와 외국에서의 인지도 변화가 담겨 있다. 저자는 점차 맵고 자극적인 것을 찾는 한국인의 식성이 김치 고유의 매운 맛을 변질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책에는 이에 대한 아쉬움과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의 향토 음식을 보존하고 발전시켜야한다는 당부와 함께 대안 제시도 잊지 않았다.

<차폰 잔폰 짬뽕> 주영하 지음/ 16,000원. 사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