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 행진곡(Chop Waltz)'은 피아노든 풍금이든, 건반을 눌러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쳐 보았을 곡이다. 친구와 나란히 앉아 검지 손가락 맞춰가며 ‘티’ ‘타’ ‘티’ ‘타’.

‘티타티타’는 '젓가락 행진곡'의 애칭이다.

여섯 살 두 소녀 소연과 미유도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 젓가락 행진곡을 ‘티타티타’ 친다. 그들은 기억할 수 있는 ‘처음’부터 함께였다.

직장에 다니는 엄마들 덕분에 소녀들은 같은 보모에게서 자랐고, 같은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메리 포핀스>를 읽을 때도 둘은 똑같은 <메리 포핀스>를 각자 하나씩 가져야 했다. 한 명이 7쪽을 읽고 있으면 11쪽을 읽고 있는 쪽이 기다려주었다. 세상엔 둘 뿐인 듯, 소연과 미유는 늘 함께였다.

“그 때만해도 우리는, 우리가 어떤 어른이 될 지 예감할 수 없었다. 키가 더 자라면 머리카락도 당연히 자랄 것이고, 구불구불한 금발머리를 갖게 될 거라고 막연히 상상했다.”

‘자란다’는 것은 인어공주나 백설공주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금발에 파란 눈을 꿈꾸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왕자님을 꿈꾸는 것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소영과 미유는 함께 자취생활을 하며 늘 함께였다. 각자 직장이 있고 연애도 한다. 어엿한 ‘어른’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녀들은 여전히 소녀다. 둘이서 '젓가락 행진곡'을 치던 여섯 살 소녀 그대로다.

<티타티타>는 지금 이 시대, 우리들의 유년을 이야기한다.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의 이야기. 나이를 먹고 남들 보기 번듯한 직장을 다닌다는 것이 ‘어른’을 정의해주진 않는다. ‘어른 되기’ 매뉴얼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성장은 반드시 헤어짐을 거쳐야 하는가 하는 해묵은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성장은 홀로서기를 동반한다 데 이견이 있을 순 없다. 소연은 돌아서는 미유를 보며 스스로의 “한 시절과 작별”한다. 은유는 누군가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에야 모든 것을 버리고 “끝장을 보려”한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다. 그런 은유에게 작가는 “나는 딴사람 말고 백은유만 기쁘게 해줘야지, 그렇게 살아도 돼”라고 말해준다.

스스로 선택하고 홀로서지 않고서는 성장할 수 없다. 성장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선물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때로 누군가에게 '자란다'는 것은 죽음 직전까지도 풀지 못하는 미완의 과제이기도 하다.

티타티타/ 김서령/ 11,500원/ 현대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