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점에 있는 모금함에 동전을 넣어두고,
지하철 할머니의 초콜렛을 사드리고…
고작 이것이 내가 하는 이른바 착.한.일.
각종 오락프로와 멜로드라마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이 그렇듯 나 역시도 그렇게 지내왔다. 특별히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지도 그이들의 삶을 궁금해 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하지만 오늘은 영화를 듣는 날. 내가 아닌 타인으로 영화를 느끼는 날이다. 과연 어떤 마음들이 내게 다가올지 설렘을 느끼며 봉천역을 나섰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시청회. 아니, 청취회라는 말이 맞을 것 같은 영화 상영회가 있었다.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열린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연회. 많은 취재진과 참가자들이 가득한 그 곳에 도착해 나에게 있어 ‘나’도, ‘너’도 아니었던 ‘그’의 시선을 느끼려 눈을 감았다. 극장만큼 조용한 웅성임 속에 무려 14명이란 등장인물들이 쏟아내는 대사들 사이로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
“제 아내를 위해 단 1초만이라도 기도해주세요.”
“창후는 봉지를 뒤집어쓴 채 사진을 손에 쥐고 오열하고 있다.”
‘아… 이렇게 들리는 구나.’ 온몸이 서늘해지는 느낌.
평소에는 무심코 듣던 대사 하나하나에 온 신경이 집중되고 한 마디라도 빠르게 지나갈 량이면 더욱 민감해졌다. 주변에서 들리는 작은 소음에도 힘겹고 가슴은 자꾸만 먹먹해졌다. 눈은 감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빛 속에서 시간이 갈수록 눈의 몫까지 하느라 힘겨울 귀의 공치사보다는 감은 눈을 뜨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고 있었다.
전에 이 영화를 본 일이 있었다. 그 때는 이 영화와 나, 함께한 이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누구도 없는 무인도에서 영화와 나뿐인 것 같았다. 그토록 중하게, 그토록 간절하게 영화는 내 귀를 두드리고 있었다. 시선이 아니라 소리로 다가온 영화는 그렇게 타인을 내 마음 한 켠에 데려다 놓고는 장한 일을 한 듯 뽐내고 있었다.
그저 영화 한 편, 그 짧은 찰나.
그 시간이 준 느낌은 앞으로 오랫동안 내 가슴을 시리게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