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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10/26 17:19:22  관악FM
마음 속 나눔지수를 높이는 방법
10월 12일 장애인과 함께 한 영화관람 체험 후기

지하철에 올라타는 순간, 수많은 시선들이 아프게 꽂혀 온다. 밀폐된 공간 속, 어찌할 도리가 없는 무언의 공격들. 아니다. 생각해 보면 이 시선들은 이전에도 계속해서 우리를 따라 다녔었다. 어쩔 수 없어 전동 휠체어가 차도 위를 달려야만 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을 헤치며 거리를 걸어갈 때, 그리고 비좁은 상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야 했을 때. 그 때마다 사람들은 칼날 같은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았었다. 곁에 있는 내가 다 민망하고 죄송해서 어찌하지 못할 만큼 적나라했던 시선들. 그 시선의 끝이, 보통 사람들이 장애인에게 드리우는 시선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덜컹거렸다. 우리가 가야할 길이 얼마나 멀고도 험한 길인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2007년 10월 12일, 관악FM에서는 작은 기획 하나를 실천에 옮겨 보았다. 그 기획은 바로 장애인과 함께하는 영화 관람. 모든 사람에게는 문화를 향유하고픈 욕구가 있고, 그러한 욕구는 장애인도 예외일 수 없다는 생각에서 기획해 본 일이었다. 그래서 관악 장애인 자립 생활센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흔쾌히 우리의 요청에 응해준 분과 길을 나섰다. 과연 관악구의 극장들은 장애인에게 얼마나 친절할 것인가. 기대 반, 걱정 반, 두려움 반에 나선 길은, 그러나 처음부터 충격의 연속이었다.
휠체어의 특성상 차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장애인들. 이들에게 있어 외출은, 어쩌면 목숨을 걸고 감행해야 하는 거사일지도 모르겠다.


우선 장애인 분께서 사용하신 휠체어가 적지 않은 크기의 전동 휠체어였던 탓에 웬만한 길은 인도로 다니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차도로 내려서니, 이번에는 등 뒤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는 차들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면서 다가왔다. 저만치 앞에 전동 휠체어가 보였을 텐데도 태연하게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던 그 수많은 자동차들. 정말 저러다 사고가 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옆에서 지켜보는 마음이 조마조마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길옆에 끝도 없이 늘어서 있는 노점상과 크고 작은 장애물들은, 가뜩이나 움직이지 힘든 휠체어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더디게 만들었다.
동행한 PD에게 길가의 장애물들에게 대해 설명해 주시는 모습. 길 한가운데 있는 이러한 시설들은 장애인에게는 물론 수많은 이들에게 불편함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지하철 역 하나에 적게는 대 여섯 개, 많게는 열 개가 넘는 출구들이 있는데, 그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출구는 하나에서 두 개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깨닫게 된 부분이었다. 비장애인은 그냥 가까운 지하철역을 이용하면 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엘리베이터가 필수 요소였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가까이에 있는 지하철 출입구를 이용하지 못하고 돌고 또 돌아야 했다. 좁디좁은 길을 여러 사람의 눈총을 받으며 달려가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무려 3개의 지하철역을 지나치고서야 만날 수 있었던 엘리베이터. 그러나 그 엘리베이터조차도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도 아니었고, 지하철역과 연결된 어느 쇼핑몰의 화물용 엘리베이터라는 사실에 가슴이 아파왔다. 화물용 엘리베이터이기에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어,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러 번 휠체어를 움직여야 버튼을 누를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장애인 분의 음성에서는 짙은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극장에 가는 내내, 아니, 극장에 가서 영화 티켓을 사는 그 순간까지도 우리들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사람들의 지나치게 차가운 시선이었다. 좁은 길을 지나가야 했을 때는 뭐 하러 밖에 나왔냐는 식의 눈길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탈 때도 좁아 죽겠는데 이런 사람까지 타야하느냐는 짜증의 시선이 고스란히 전해 졌다. 특히 지하철에 올라탔을 때 느껴졌던 그 적나라한 눈빛들은, 정말 참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람들을 향해 왜 그렇게 우릴 쳐다보냐고, 우리가 당신들에게 뭐 잘못한 거 있냐고 고래고래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평상시의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을까? 나도 정말 그러했을까 싶은 생각에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온 몸을 휘감아 돌았다.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나선 길이었는데, 오히려 거리에서 장애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체감 온도를 명확하게 느껴버린 셈이 되어 버려서 많이 씁쓸했다. 그 어떤 방해물보다, 사람들의 메마른 마음이 더 큰 문제임을 여실히 느껴버린 체험. 그들의 메마른 심장을 적시기 위해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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