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이자람밴드, 그리고 그 속에 아직 살아있는 예솔이

아마도 확 필이 꽂혔나 봅니다. 클럽FF에서 아마도이자람 밴드의 공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도 안하고 섭외에 나섰습니다. 아마도이자람밴드라는 밴드명을 감안할 때 아마도 이자람씨가 속해있는 밴드겠죠? 아마도 밴드명을 지을 때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즉흥적으로 아마도이자람밴드라 정했을 겁니다. 나름대로 인디씬에서는 지명도가 있는 밴드이기 때문에 아마도 우리 뮤직르포가 이미 취재를 한 적이 있지 않나 싶어서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1년여 전에 특집이 있더군요. 하지만 아마도 문전박대는 당하지 않을 것 같아서 밀어붙였습니다. 그리고 공연 당일, 조금은 특이한 (아마도 델리스파이스 멤버가 서빙을 해서 그렇게 느껴진 듯...) 카페에서 두런두런 잡담을 나누는 그들을 보았습니다. 저기 가운데 있는 분이 아마도 이자람씨인가 봅니다. 말장난은 그만하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취재 후기입니다 ㅋㅋ

아마도이자람밴드에 대해 3가지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 명창의 카리스마 넘치는 가창력. 그들의 노래는 결코 가창력을 요하는 것들이 아닙니다.
어쩌면 노래가 아니라 흥얼거림에 가까운 무기교의 표현도 많습니다. 흔히 한국의 판소리를 인간 목소리의 극한을 표현하는 한계 예술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아마도이자람밴드에 춘향가를 8시간에 걸쳐 완창하고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을 차지한 명창 이자람씨는 없습니다. 삶의 사소한 편린을 조금은 심드렁하게 읊조리는 보컬 이자람씨가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제 말을 듣고서는 그의 노래를 만만히 보고 따라하지는 마세요. 원래 쉽고 자연스럽게 부르는 노래일수록 흉내내다 목청 찢어집니다.

둘째, 전문 음악인들로 이루어진 꽉 짜여진 구성
전문 음악인, 소위 전공자들이 주축을 이룬 밴드입니다. 이런 경우 적어도 연주력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탄탄한 경우가 많죠. 하지만 아마도이자람 밴드의 음악은 상상과 많이 다릅니다. 빈틈없이 촘촘한 음악이 아니라 오히려 여백이 광활한 음악을 들려줍니다. 더구나 드럼을 맡으신 분은 밴드 가입과 동시에 드럼스틱을 처음 잡으셨다는군요.(물론 꽹과리와 북은 평생 치신 분입니다^^) 하지만 허술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한국화의 빈자리 여백을 게으름이라 평가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비록 그들의 음악에서 전통음악의 향취를 느낄 수는 없지만 여백의 미덕은 그대로 따왔습니다. 비어있는 공간에서 휴식하게끔 하는 음악입니다. 별루 흥이 나지도 않는데 억지로 일어서서 신나게 놀 것을 강요해 스트레스를 주는 몇몇 밴드와는 다릅니다. 앉아서 가만히 미소 짓게 합니다.

셋째, 라디오DJ 출신의 수려한 말발(?)
이자람씨의 경력 중에 가장 눈에 띈 것은 라디오DJ였습니다. 라디오로 밥 먹고 살 생각하는 사람인지라 그럴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취재 나가면서 맘이 편했습니다. 아 대충 질문 하면 말이 술술 나오겠구나 싶어서요. 하지만 이자람씨는 뒤통수를 치셨습니다. 띄엄띄엄 수줍게 뱉는 말투하며, 미사여구를 자제한 담백한 표현들. 제가 아는 라디오DJ와는 상이한 이미지였죠. 하지만 편안합니다. 어쩌면 라디오에 적합한 DJ는 날 선 칼과 같은 촌철살인의 달변가가 아니라는 생각도 드네요. 다시 한번 이자람씨가 DJ를 맡으시면 애청자가 될 듯합니다. 인터뷰 중 라디오에 대한 애정도 피력하신 것을 보니 그리 오래지 않아 만나뵐 듯하니 다행입니다.

원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음악에 열광합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펑크에 미치고, 실연을 당하고야 이별노래가 맘에 와 닿고... 다 그런 법이죠.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이자람 밴드의 음악은 우리 모두에게 와 닿습니다. 왜냐면 그들의 음악에는 한 때 우리가 그랬듯이 순수함을 담고 있습니다. 가슴 아픈 사랑 한번 못해본 사람도, 미친듯이 방황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어린 시절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예전 인터뷰를 뒤져보니 “이자람 그녀에게 예솔이는 1%도 남아있지 않았다.”라는 타이틀이 기억에 남습니다. 감히 부정해보렵니다. 그녀는 아직 어리고 순수한 예솔이 그대로 입니다. 그리고 음악 속에 그것이 온전히 녹아있습니다. 제 생각에 이자람씨는 굳이 예솔이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노력하실 필요 없을 듯합니다. 작금의 삭막한 시대에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음은 미덕입니다. 게다가 어려보이는 것이 시대의 대세 아닙니까.ㅋㅋ
글에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처음과 끝에 허튼소리를 배치하며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