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던록의 미래 - 피터팬 컴플렉스
뮤직르포 이승운PD

어른이 되길 원치 않고 영원히 아이로 남고 싶어 하는 심리를 '피터팬 컴플렉스"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병적인 증상을 일컫는 말일 수 있지만 영원히 창의력과 순수함을 잃지 않아야 하는 뮤지션에게는 어쩌면 이는 미덕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순수한 열정을 만끽하기 위해 3월 18일 일요일 SSAM에서 있었던 피터팬 컴플렉스 공연을 다녀왔다.

공연을 앞서 그들의 이동성밀폐공간(차라는 뜻이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일단 이 사람들..동심에 젖어 있어서인가 늙지도 않는다. 실제 나이를 이미 조사한 바 있지만 매치가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멤버 중 한분은 아주 아름다우시다. 궁금함을 자극하기 위해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멤버는 보컬 전지한, 드럼 김경인, 기타 이치원, 베이스의 이완구로 이루어져 있다. 좁은 차안에서 얼굴 마주 대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더욱 친숙하다. 지금은 각종 방송 매체를 통해 리더인 전지한 씨만이 부각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머지 3인도 개성이 뚜렷하고 멋지다. 언젠가 본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판타스틱 4.



공공연히 그들이 말해왔듯이 1집은 유년기, 2집은 성장기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3집이 나온 지 5개월쯤 지난 지금 그들은 성인이 되었는가. 궁금함에 직접 물어보았다. 대답인즉 성인 혹은 완성이라는 결과는 원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발전하는 그들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답으로 돌아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10분 후의 그들이 공연이 더욱 기대가 되었다. 쌈지 스페이스의 멋진 공연 공간에서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뒤늦게 관계자가 와서 사진 촬영 금지를 알렸다. 후후후... 이미 늦었다.

(왼쪽부터) 기타 이치원, 베이스 이완구, 드럼 김경인, 보컬 전지한

이미 2명의 뮤지션이 공연을 끝낸 뒤라 이미 공연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일단 피터팬 컴플렉스의 공연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실력이 기본적으로 뒷받침이 된다는 것이었다. 라이브가 앨범보다 좋은 뮤지션은 찾기 쉽지 않다. 취재 전에 나름대로 많은 자료와 곡을 찾아 들었지만 현장에서 심장을 울리는 라이브에 비할 것은 아니었다. 특히 보컬인 전지한의 경우 앨범으로는 진가를 확인하기 힘든 타입이라 할 수 있겠다. 카리스마적 이미지로 밴드에 진중함과 특색을 부여하는 몇몇 브리티쉬 보컬에게서나 찾을 수 있는 그 어떤 팩터를 엿본다. 어떤 곡이든 머리 속에서 특정 구절을 반복시키는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모든 노래에 유기적인 통일성을 유지한다. 자신의 음악의 확대, 재생산은 밴드의 개성 확립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1집에서 2집, 3집으로 넘어가며 그들의 기조는 유지한 채 꾸준히 발전하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자신들의 역량을 끊임없이 증폭시키고 있다. 2집 앨범명이 증폭(트랜지스터)인 것이 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그들의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대중성과 실험 정신의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번 들어서 진가를 알 수 있는 음악은 많다. 하지만 처음 듣고 사로잡는 음악은 흔치 않다. 유난히 피터팬 컴플렉스에는 처음 듣고 꽂혀서 팬이 된 사람이 많다. 그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 인디 밴드 출신임에도 진입 장벽이 낮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실험 정신도 높게 살만 하다. 악기 구성과 곡의 전개, 그리고 멜로디까지 그들만의 무엇을 담으려는 진지한 노력이 담겨 있었다. 대중성과 실험 정신은 양립 불가능한 모순 관계가 아님을 그들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한국 모던록의 미래라는 평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며 모든 음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지만 그래도 특별히 코드가 맞는 공연과 뮤지션이 있게 마련이다. 간만에 “PD인 나” 뿐 아니라 “록마니아인 나”까지 보람차게 즐기다 왔다. 다음에 지인들 손 이끌고 다시 찾아야겠다.

사진출처 : 피터팬 컴플렉스 공식 홈페이지 www.peterpancomple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