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회사 사장이 용역회사 직원들의 사용자가 될 수 있나요?

GFM : 여러분, 용역이란 용어를 알고 계시지요? 요즘은 청소나 시설관리 업무는 대부분 용역회사에 위탁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용역회사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용역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은 원청회사가 용역회사에 주는 용역비용에서 결정됩니다. 업무 지시도 실제로는 원청회사에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관리감독도 사실상 원청회사에서 하게 되지요. 그러면 용역회사 노동자들이 원청회사 사장을 상대로 임금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민주노무법인의 조제희 노무사와 함께 이야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용역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려 주시죠

조제희 노무사(이하 출연자) : 네, 일반적으로 용역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 엄밀히 말해서 용역은 법적 용어는 아닙니다. 사전에 보면 생산이나 서비스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용역이라고 하지요. 우리가 청소나 시설관리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용역을 지칭할 때 법적인 형태는 주로 도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급이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형태를 말하는데, 실제로는 재화의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물적 도급-대표적으로는 건설업의 하도급을 들 수 있겠는데요-과 노무의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인적 도급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적 도급이 용역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GFM :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어떤 업무를 용역화한다고 하면 실제로 업무지시나 인건비 결정은 원청회사에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경우에 노동법적 책임문제가 어떻게 됩니까?

출연자 : 네, 바로 이것이 우리 나라 비정규직 문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간접고용 문제라고 하는데요, 노동자에게 법적 책임을 지도록 되어 있는 형식적인 사용자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자가 분리되어 있는 것입니다. 예컨대, 청소용역노동자를 보게 되면, 임금은 용역회사와 원청회사가 체결한 도급계약서에 세부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된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서 용역회사는 원청으로부터 받은 도급비 이외에는 독자적으로 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용역회사는 여러 원청으로부터 청소업무를 수주받아 수행하면서 청소 현장에 관리소장 한명만 형식적으로 파견해 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리감독을 사실상 원청에서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원청회사는 노동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좀 더 확장해서 보면 제조업 대공장에는 이와 유사하게 사내하청이라는 형태가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공장에서 같이 일을 하는데 소속만 하청업체 소속으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임금이나 근로조건은 훨씬 열악한데, 사내하청업체는 독자적인 경영능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근로조건 향상을 시킬 수가 없는 것입니다.

GFM : 그러면 이런 용역이나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회사를 상대로 임금인상이나 다른 근로조건 개선을 시키도록 요구할 수는 없습니까?

조제희 노무사 : 지금까지 이 부분이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현실적으로 용역이나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은 사실상 원청이 갑이 되고 하청용역회사가 을이 되는 도급계약서로 정해지기 때문에 아무리 하청용역회사를 상대로 임금인상을 요구하더라도 원천적으로 가능하지가 않은 겁니다. 따라서 원청회사를 상대로 도급계약서에 임금인상을 반영할 것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데, 원청회사 입장에서는 “우리는 용역회사 소속 노동자들과 아무런 법적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거지요. 즉, 하청용역회사 노동자들은 법에 있는 노동3권이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GFM : 네,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 하청용역회사 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한다든지, 파업 같은 쟁의행위를 한 사례가 있습니까?

조제희 노무사 :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된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얼마전에 큰 사회문제가 되었던 포항건설노조가 원청인 포스코를 상대로 파업을 벌인 것이나, 하이닉스 사내하청노조나 하이스코 사내하청노조가 원청회사를 상대로 파업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그런데, 원청에서는 노동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하면서 교섭을 하지 않고, 업무방해로 고소고발을 하거나 가처분신청을 해서 노동조합 활동을 가로막는 수순으로 이어집니다. 결국 노사 모두가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죠.

GFM : 법원에서도 원청에 대해서 사용자 책임이 없다고 보고 있나요?

조제희 노무사 : 지금까지는 대체로 그런 경향이었습니다. 하청용역회사 노동자들과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원청에서 단체교섭을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약간의 의미있는 변화가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판례인데요, 현대중공업에서 조업하는 사내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하청업체들이 폐업을 함으로써 조합간부들이 사실상 해고가 된 겁니다. 원청인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조합활동에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말도록 하는 신청을 했는데 법원에서 현대중공업이 부당노동행위를 하면 안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판결문을 인용해보면 “근로계약상의 사용자 이외의 사업주도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와 직접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를 자기의 업무에 종사시키고 그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 조건 등에 관하여 부분적이기는 하더라도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와 같이 볼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그 한도 내에서 위 조항에서 정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고 하여 사용자성을 일부 인정한 것입니다. 또 대구고등법원에서는 건설일용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 사건에서 위와 같은 취지로 원청건설업체가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서 하청노동자들과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릅니다만, 하청용역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서 대단히 의미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