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올드패션 밴드 - The Mu:n

봄이란 계절은 참으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계절의 여왕이라느니 만물의 소생이라느니 온갖 좋은 수식어를 가지고 있지만 막상 봄은 그 말들만큼 좋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대중없는 날씨 때문에 옷 입기는 어느 계절보다 까다롭고, 황사는 황사대로 우리를 괴롭게 만들고, 봄맞이 대청소 같은 비자발적 봄 이벤트는 가뜩이나 춘곤증 때문에 피곤한 현대인을 더욱 힘들게 하니까요. 얼마나 봄에 질렸던지 전 이젠 겨울잠에서 깬 동물들만 봐도 피곤해집니다. 하여튼. 봄은 단어 그 자체로도 이중적인 의미를 가졌기도 합니다. ‘봄’은 계절을 뜻하기도 하지만 ‘보다’의 명사형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어떤 국어학자는 계절 ‘봄’의 어원을 ‘보다’에서 찾기도 하더랍니다. 겨우내 얼었던 대지 여기저기에 소생하는 만물을 본다나 어쩐다나... 하지만 사실 볼거리는 여름이 더 많지 않나요? ㅎㅎ. 어쨌든 바야흐로 봄을 맞아 <뮤직르포>가 이번에 취재 다녀온 밴드는 바로 ‘The Mu:n (더 문)’입니다.

밴드 The Mu:n (왼쪽부터) 보컬 정문식, 기타 송요한, 베이스 황창조, 드럼 오형석

처음 ‘The Mu:n'을 만나자마자 저는 이름에 담긴 의미를 물었습니다. 솔직히 그들이 연주하는 사운드와 이름이 제법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제 질문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The Mu:n'은 역시 ’봄‘처럼 중의적인 이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선 ’moon'이라는 영어 단어 그대로 ‘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답니다. 동시에 우리나라 말 그대로 ‘문’이라는 뜻도 지닌다고 하더군요. 어둔 밤에 떠있는 환한 달처럼 주목 받는 뮤지션이 되겠다는 의지와 ‘드나듦’이라는 소통을 전제로 만들어진 문처럼 관객과 소통을 하고 싶다는 의지, 이 두 가지 의지가 모여 ‘The Mu:n'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발음기호로 밴드이름을 표기하느냐고 물었더니, 발음기호는 소리에 가장 가까운 표기라면서 소리로 승부하는 밴드라는 이미지를 담기 위해서라는 다소 ’꿈보다 해몽‘격인 대답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재치와 왠지 일맥상통하는 의미들의 나열이 적어도 새침때기 계절 봄보다는 훨씬 좋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The Mu:n'의 사운드는 이중삼중의 의미를 내포한 이름과 달리 상당히 스트레이트(strait)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컬 정문식의 시원하게 내지르는 창법도 그렇고, 송요한의 기타도 다양한 기교보다 정직한 주법으로 질감과 속도를 살리는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베이스 황창조의 연주는 베이스 본연의 굵직한 선을 지키는 자세를 잃지 않으며, 오형석의 드럼은 드럼 솔로를 제외하곤 절대 음악 일선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 마디로 기본에 충실한 밴드입니다. 수학도 기초가 중요하듯 그룹사운드도 기본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The Mu:n'은 요새 드물게 이런 점을 갖췄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터뷰에서 멤버들에게 좋아하는 뮤지션에 대해 질문했더니, 물론 저마다 다른 답변이 나왔지만, 보컬 정문식은 도어스, 레드 제플린 등 상당히 올드 패션(Old Fashion)한 아티스트의 이름을 읊었습니다. 그래설까요? 공연 내내 저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마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직까지 지금은>이란 곡에서 ‘The Mu:n'은 곡 중간에 스윙 느낌의 애드리브를 선사합니다. 그 모습이 정말로 ’Guns'n Roses'의 와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카피곡으로 연달아 레드 제플린의 곡들을 연주하는데, 다소 무리는 따르겠지만, 실제로 본 경험이 없는 레드 제플린의 공연이 어쩌면 이런 느낌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설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The Mu:n'의 사운드는 그러니까 그들의 노래 제목처럼 ’올드 패션(Old Fashion)'한 사운드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0대 이상의 중장년층 남성 팬이 많다고 들었는데 과연 그럴 법도 했습니다.

‘The Mu:n'은 유쾌한 밴드이기도 합니다. 공연 도중 송요한이 어찌나 기타를 격렬하게 쳤던지 기타줄이 그만 끊어졌습니다. 송요한이 줄을 교체하는 사이 베이스 황창조가 부스에 자기 쪽에 비춰진 조명을 좀 꺼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반이 보이지 않아 연주에 애로를 겪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보컬 정문식이 말합니다. “야, 그런 건 보고 하는 게 아니지. 너 저쪽 구석에 가서 연주해.” 객석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인터뷰할 때도 멤버 간 험담하는 모습이 우스워 혼이 났었는데 그런 모습은 무대에서까지 일관된 본래 그들의 모습이었더군요. 하지만 그런 솔직한 모습이 너무나 재밌었고 유쾌했습니다. 듣는 사람은 기분 좋게 하는 험담이랄까요. 공연이 일요일 저녁이 관객이 별로 없었음에도 꾸준히 관객과 소통하려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심지어 빈자리의 객석에 대곤 “자 오늘도 동수랑 공연하게 생겼네.”라며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The Mu:n'의 무대가 끝나자 전 조용히 클럽을 나섰는데 꼭 그 느낌이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가 너무 훌륭해서 나도 모르게 벅찬 감동에 휩싸인,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하면서도 기본기에 충실한, 사운드는 다소 옛날 느낌이지만 그 시절의 아우라가 있어 구식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그러면서 유쾌하기까지 한 ’The Mu:n.' 그들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없다”(‘The Mu:n'의 <들이대>中)고 말하지만 앞으로 ’The Mu:n'은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전도유망한 밴드 ‘The Mu:n'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다시듣기 : www.radiofm.net 뮤직네트 화요일 - 뮤직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