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씨가 완연한 오후. 000씨를 만났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시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첫인사를 해야 하나 어색하기만 했다. 말조심도 해야 되고 행동도 조심해야 되고 이것저것 신경을 써야 된다는 생각에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편안한 미소로 인사를 대신하셨다.
점심때가 조금 지난 시간. 신림역에 있는 000씨의 사무실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서울대 입구 역으로 출발했다. 영화시간을 한 시간이나 앞두고 출발을 해야 한다기에 무심코 가까운 거리를 뭐 이렇게 일찍 출발하나 했는데 영화관에 도착했을 때, 한 시간이나 전에 출발해야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비장애인의 경우엔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하여 가야 했는데 도착하기까지 3~40분이 걸렸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길을 건너기 위해서는 지하도 대신 반드시 횡단보도를 찾아야 했고 울퉁불퉁한 길, 턱이 높은 길은 이용할 수 없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철용 엘리베이터를 찾아 타고 내려가서 전철을 탔다. 지하철 내에는 사람들이 모두 앉아 있었고 서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리가 전동휠체어와 함께 들어가는 순간.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000씨에게 꽂혔다. 계속 같이 다녀서 몰랐는데 사람들은 굉장히 따가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000씨는 개의치 않았지만 오히려 내가 더 민망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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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디좁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야만 하는 장애인.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몹시도 따갑기만 하다. |
그렇게 직선거리를 눈앞에 두고 빙 돌아서 겨우 영화관에 도착했다. 영화관으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찾아 버튼을 누르려 했는데 버튼의 위치도 장애인이 누르기엔 그다지 편한 위치가 아니었다.
어째든 영화관으로 올라가 예매했던 티켓을 끊기 위해 티켓창구로 갔다. 이 티켓창구는 비장애인이 서기에도 약간은 높은 위치인데 전동휠체어를 타고 티켓을 받으려니까 꽤 높아 보였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영화관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확인했다. 전동휠체어를 가지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자리는 맨 앞줄에 위치해 있었다. 장애인은 자리선정의 선택권도 없는 것이었다. 보통은 맨 앞줄이나 맨 뒷줄에 장애인석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 영화관은 맨 앞줄에 위치해 있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내용에 집중하기 보다는 목와 눈이 아파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든 감상시간을 끝내고 나와 집에 가기 위해 우리는 000씨를 위해 봉사하시는 활동보조인을 기다렸다. 그 분은 밥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000씨가 식탁에 편하게 앉을 수 있게 의자를 돌려주고 전동휠체어가 안전하도록 옆에서 보조를 해 주셨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약간의 담소를 나눈 뒤 헤어졌다. 그제서야 온 몸에 긴장이 풀렸다. 비장애인에겐 너무나도 쉬운 것들, 아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들이 장애인들에겐 너무나도 힘든 것들이었다. 여기저기 튀어나온 돌 하나, 배열이 고르지 않은 인도, 지하도로 길을 건너는 것들, 등 장애인의 몸으론 힘든 것들이 많았다. 하루의 일과 중 고작 영화를 보러 가는 것 한 개를 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힘들다면 매일매일 힘든 것들이 더 많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또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물건을 사러 갈 때도 장애인들은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000씨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할 수 있어요” 맞는 말이다. 세상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장애인도 우리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다. 좀 더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배려해 준다면 그들도 우리가 누리는 최소한의 것들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도 이젠 갖다 버려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