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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06/26 17:38:05  정재환(관악 청성제 준비위원장)
청소년들이 만들어 낸 축제, 관악 청성제

지난 5월 26일 아침. 신림역 삼모빌딩 근처 도림천은 평소와 달리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마어마한 음향장비와 천막을 실은 차량들이 하나 둘 도림천 수변무대로 들어가고, 사람들이 정신없이 차 위의 짐들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한가득 실린 짐이 거의 다 내려왔을 즈음 어느새 도림천 산책로엔 그럴싸한 무대와 부스들이 만들어졌다. 여느 때와 다른 도림천의 모습에 근처를 지나던 주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그 광경을 내려다본다.

 

흥미가 생긴 몇몇 주민들은 행사 일정을 물어볼 생각에 도림천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이상하다. 중고등학생 나이대의 청소년들만 분주하고 어른들은 도통 보이질 않았다. 책임자라는 이들조차 아직 앳된 얼굴을 한 청소년들인 광경에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지난 5월 26일, 삼모빌딩 근처 도림천에서는 청소년들이 만든 청소년 축제, ‘관악 청성제’가 열렸다.

 

관악구 청소년들의 실험, 관악 청성제

 

그 동안 청소년 축제들은 청소년의 참여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청소년 축제라 할 수 있는 학교 축제들은 축제의 형태와 규모 등 축제의 전반적인 내용을 학교가 일방적으로 정하거나, 학교가 제시한 틀 안에서만 학생들이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한 학교에서는 축제에 외부 학생들이 올 수 있도록 개방할 것을 학생들이 요청하였으나,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무시되기도 했다.

 

이러한 점은 사실상 학생들이 학교축제의 주축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관련 기관과 시설에서 주최하는 축제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진 않다. 대다수의 기관, 시설 주최의 축제에서 기획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이미 만들어진 기획안을 들이미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선 청소년들의 축제는 많지만 정작 청소년에 ‘의한’ 축제를 찾아보기 힘들다. 관악 청성제는 이러한 모순에 의문을 던지며,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하는’ 청소년 축제를 만들어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관악 청성제를 준비하는 준비위원회의 모든 기구들은 청소년에 의한 축제에 걸맞게 전부 청소년들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관악 청성제 준비위원회에 청성제에 참여하는 동아리 대표자들로 구성된 심의기구인 ‘참가그룹협의회’를 두는 등 단순히 ‘청소년들이 있다’는 것을 넘어 민주적인 축제 기획을 고민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기획부터 실무 집행까지 축제의 전 과정을 청소년들의 민주적 참여를 통해 만들고자 했던 셈이다.

 

그렇기에 청성제는 하나의 ‘실험’이었고, 이제껏 없었던 도전이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열정과 자발성이 없다면 애당초 준비부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청소년들이 축제의 기획과 실무를 모두 해내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청소년들이 축제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 등의 우려와 의심도 많았다. 이런 우려는 함께 축제를 준비했던 청소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축제에 참가했던 동아리들 중에도 축제가 과연 가능할지 의구심을 가진 채, 참여했던 동아리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 역시 청소년들의 자발적 참여가 저조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준비하는 내내 전전긍긍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청성제에 대한 의심과 우려는 점차 기대로 바뀌고 있었다. 준비위원인 청소년들은 축제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어떻게 모을지, 홍보는 어떻게 할지 등을 함께 고민했고, 참가 동아리의 대표자들은 총회에 참석하여 자신들의 역할을 고민하고 준비위원들의 기획을 밀도 있게 검토했다.

 

▲ 참가그룹총회에서 참가 동아리들이 안건에 대해 표결하고 있다.

 

그렇게 총 11번의 준비위원회 회의와 4번의 총회를 거치자 축제는 윤곽이 짜여졌다. 처음 있는 경험이다 보니 다들 능숙하지 못해 난관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함께 많은 시간동안 토론하여 방법을 찾아가곤 했다. 참여하길 원하는 동아리들도 처음에는 저조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늘어갔고, 결국 30여 개의 팀과 17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함께 청성제를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축제 일주일 전, 공연팀 리허설과 행사 비품 구매로 축제 준비의 막바지를 달리고 있을 때엔, 서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점차 완성되는 축제의 모습을 보며 모두들 기대에 들떠있었다.

 

관악 청성제가 보여준 청소년 자치의 가능성

 

“정말 신기해요.”

 

밀려오는 감동에서 터져 나온 감탄이었을까. 축제날, 어떤 준비위원 축제 내내 신기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날 각 동아리들은 그들의 특색을 맞춘 부스를 길가에 열었고, 많은 공연팀들이 무대 위에서 재능을 뽐냈다.

 

약 2000여명의 청소년과 주민들이 축제를 함께 즐겼고, 지나던 주민들 또한 축제의 현장에서 눈을 때지 못했다. 결국 관악구 청소년들은 도림천에서 자발적으로 축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청성제를 향해 던져진 의심들은 축제가 끝나갈 무렵, 어느덧 놀라움으로 변해있었다.

 

▲ 5월 25일, 도림천 수변무대에서 ‘제1회 관악 청성제’가 열렸다. 각 동아리들의 특색에 맞추어 꾸민 부스 전경

 

관악 청성제는 끝난 지 2주일이 흐른 지금, 함께했던 이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나날 속에서도 청성제의 기억은 분명 쉽사리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에게 또 다시 이런 기회, 참여의 기회가 온다면 청성제의 기억을 떠올리며 스스럼없이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축제를 함께 준비하던 누군가의 말처럼 청성제는 그들에게 더 이상 참여가 낯설지 않게 느껴지고 주체적인 참여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전의 축제들에서 청소년의 참여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테지만, 청소년에 대한 막연한 불신 또한 있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청소년들이 직접 해낼 수 있을까?’, ‘청소년들은 이런 것들을 잘 이해할 수 없지 않을까?’ 같은 의문 속에서 청소년 참여를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청소년의 참여가 축제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쉽게 평가절하되는 이유가 되곤 한다.

 

그렇기에 청성제가 보여준 것은 단순히 청소년들의 높은 문화적 욕구만이 아니다. 처음부터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들어 낸 관악 청성제의 성공은 ‘청소년 자치’의 가능성 또한 시사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악 청성제는 계속될 것이다. 2회, 3회 등 횟수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많은 청소년들의 참여로 발전된 청성제가 관악에서 만들어 질 것이다. 또 그럴수록 청성제가 말하고자하는 의미는 축제와 관악을 넘어서 더욱 멀리 퍼져나갈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청성제로 비롯된 ‘청소년 자치’가 제대로 피어나고, 참여의 성과가 더 많은 청소년들에게 퍼져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면 제2회 청성제는 벌써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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