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모 방송사에서 '태릉 선수촌'이란 드라마를 방영하였다. 제목만을 접했을 땐 열심히 운동하고 슬럼프도 겪고 하면서 큰 대회를 목표로 달려가는 운동선수들의 이야기쯤이 연상된다. 결말은? 우승, 혹은 금메달 뭐..그쯤 되지 않겠나 싶기도 했다.

재미난 것은 등장인물들은 운동은 하지 않고 온통 방황하고 고민하고 상처입고 또 헤쳐나가고..이런 모습만 보여 줬다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쟤네..뭐하는 거야..금메달은 안따고 만날 방황만 하냐...쯧쯧.." 했을지도 모른다. 금메달 혹은 우승이 주는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것을 내심 바라며 대리만족을 느끼려 했을 터. 하지만 이 드라마는 오히려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매우 호평을 받고 막을 내렸다. 금메달? 우승? 없었다.

이 드라마는 이제껏 티비 혹은 온갖 타 매체에서 보여준 목표 혹은 결과만을 위해 달려가는 모습에서 탈피해 이들이 방황하고 고민하고 서로 상처받으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것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더욱 공감을 느끼게 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보통 국내 soap opera는 어느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등장인물, 상황등이 하나로 모아지는 형국을 보인다. 기껏해야 배다른 남매와의 결혼, 그것을 방해하는 자들..따위의 아이템)

지난 10월 10일은 관악FM이 국내 최초의 소출력 라디오라는 타이틀을 걸고 탄생한지 일년이 되는 날이었다. 행여나 관악FM 조직원으로서 잘못된 생각을 가지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 본다. 청취율 높이기, 사연 많이 받기, 언론사 직원의 권위세우기, 월급 많이 받기(이 대목은 정말 면구스럽지만 전혀 생각 안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해지겠습니다.) 등 만을 꿈꿔오고 추구하진 않았을까. 여전히 관악FM은 현재 진행형이고 미래 지향적이여야 함을 왜 잊고 있었는지 차분히 곱씹어 보게 된다. 결국 이에 중요한 것은 그 선수촌 안에 사람들처럼 우리 관악FM 역시 좀더 고민하고 방황하며 상처받는 시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변화와 성장을 꾀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 조직엔 重且大한 것이리라.

관악FM 보다 스물 아홉 해나 먼저 세상을 만난 필자지만 과연 이렇다할 성장통을 겪어본 적이 있을까. 늦은 귀갓길 길목을 흐리게 밝히는 크로아상 정도가 2년전 그녀의 눈썹을 떠올리게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