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연애시대>에서는 이혼했던 두 남녀가 결국 서로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다시 재결합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헤어진 것도 서로의 결정이었고 서로가 헤어진 후에도 각각 다른 사랑을 찾아 헤맸던 것도 자신들의 결정이었다. 남자 주인공은 과거 첫사랑과의 재혼을 통해 새 삶을 시작하기도 했지만 결국 전 부인을 잊지 못하고 나름 뻔뻔함(?)으로 무장하고 재혼한 사람을 떠나게 된다.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이 모든 결정을 합리화 시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애정이다. 전 부인에 대한 사랑, 전 남편에 대한 사랑으로 다시 결혼한 사람을 떠나고 부인이 있는 전 남편을 다시 자신의 평생의 반려자로 맞아 들인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관계에 나타난 거짓과 말 번복, 배신 등은 사랑이라는 절대적인 감정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재혼상대인 여자가 불쌍하기도 하지만 내심 남자가 옛 부인에게 다시 돌아가는 상황을 바라고 그것을 해피엔딩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누구는 해피할 수 있지만 누구는 언해피할 상황이다.)

사랑과 애정이라면 우리 정치인들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것이다. 과거 여야를 넘나들며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굳히고 그를 통해 정치판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던 정치인들은 무수히 많다. 특히 흔히 철새라는 닉네임을 얻을 수 있는 合黨 혹은 轉黨을 통해서 그런 상황을 많이 연출했었다. 또 하나 대표적인 정치인들의 말바꾸기, 번복 등은 정계은퇴, 복귀를 통해 잘 드러난다. 실제로 이를 통해 한 정치인은 결국 국가의 수장이 된 사례도 있다.(사례가 있어서 그런지 지난 대선에 실패한 누군가의 정계복귀설이 조심스레 떠돌고 있다.) 이들이 대중의 비난과 혹은 실망을 예상하고도 말바꾸기 혹은 결과적으로 거짓이 된 선언을 안고 가는 이유와 명분은 무엇일까. 바로 그들이 주장하는 국가와 대중에 대한 애정이 아닐까.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 재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부인에게 돌아간 남자도 참 용기있고 뻔뻔하다. 결국 그것으로 사랑을 지켰으면, 그리고 앞으로도 지킬 것이라면 누구든 그 사람의 결정에 대해 뭐라고 못할 수 있다. 재혼한 여자에겐 평생 사죄하는 마음 갖고 살겠다고 하니 어쩔 수 있나. 정치인들 역시 정황상 거짓을 이야기 할 수 있고 결정한 사항에 대한 번복을 할 수 있다. 참 뻔뻔한 것 같기도 하고 용기 있는 행동인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간에 국민을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에 그랬다니 일단은 믿어보겠지만, 드라마 <연애시대>가 남자주인공의 다신 번복없을 결정으로 인해 해피엔딩으로 꾸며지는 것과는 달리 우리 정치인들은 그 뻔뻔함과 염치없는 언사와 행동을 너무 자주 보여주고 결과적으로 그리 해피하지 않았던 것 같아 걱정스럽다. 그리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마음이 있는 지 없는 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 하도 자주 말을 바꾸니...선거철인 요즘에도 당을 옮겼거나 기존에 가졌던 정치적 이념을 바꾸거나 버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이유가 국민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나 애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천장사, 밀실야합등의 이유라는 보도가 연일 나오는 마당에 대중은 다시 또 속았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아무리 진정한 사랑을 위해 용단(전 부인에게 돌아간다는)을 내린 남자라고 해도 버림받은 여자에겐 상처가 되고 평생 용서못할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물며 매번 속고 배반당한 우리 국민들이 그저 가만히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일부 못된 정치인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주민소환제도 통과된 마당에 함부로 국민에 대한 사랑이라는 말을 거들먹 거리면서 뻔뻔함으로 무장해 거짓을 일삼는다면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지 않을까. 거짓된 사랑에까지 면죄부를 주는 사람은 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