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가 일어나게 된 원인에 우리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언론은 연일 황우석을 국민적 영웅으로 받들기에 바빴고 일말의 의심없이 그가 행하는 연구를 찬양하는데 열을 올렸다. 실컷 호들갑을 떨고 난리를 피운뒤 결과는 참담했다. 언론이 무작정 권위와 권력을 부여한 한 과학자는 논문을 조작하고 연구비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범죄인이 되어버렸다. 이 정도 되면 머쓱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언제나 형님을 기다리는 길용이처럼 땅굴이라도 파 숨어있어야 할 지경이 아닌가.

비 운동권출신 서울대 총학생회장 황라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다. 아니 지금도 뜨겁다. 전후의 이유가 다른데, 처음 당선되었을 당시엔 화려한 이력과 비 운동권 출신이라는 라벨을 최대한 부각시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한총련을 탈퇴하겠다는 황라열의 선언에도 귀 기울이며 수 많은 언론이 그를 조명했다. 그런데 지금 또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총학생회장 선거 출마당시 기재한 이력이 상당부분 허위라는 의문이 제기되었고 급기야 교내에서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언론은 또 다시 바빴다. 비 운동권 출신에다가 프로 무예타이 선수경력, 디제이, 모 명문 사립대 의예과 입학 경력이 있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이력 상당부분이 허위로 밝혀졌으니 이 또한 얼마나 좋은 뉴스거리인가. 하지만 언론은 또 다시 머쓱했다. 이미 8년전 한총련 탈퇴 선언을 했던 서울대 총학생회의 입장을 이제와서 새로운 뉴스거리인양 부각시켰고 이를 이 땅의 모든 대학들이 뒤따라야 할 모델처럼 추켜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그 중심에 있던 총학생회장의 이력가운데 상당부분 허위사실이 드러났고 이제와서 그를 떠받들던(?) 언론은 태도를 바꾸어 다시 그를 조명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알게 모르게 언론이 '서울대'라는 것에 권위를 부여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울대'라는 것에 언론이 어설프게 권위를 부여하다가 또 다시 머쓱해져버리고 만 것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황라열을 취재하면서 언론은 분명 구미가 당기는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이런저런 흥미로운 경력은 물론이고 그의 언행이 기존 기성세대나 정치인들과는 각을 세우면서 뭔가 신선함을 많이 줬을 테니까. 하지만 이 모든 뉴스거리를 지배하는 힘은 바로 그가 서울대에 다닌다는 사실이 아니었을까. 언론이 언론다우려면 그 어떤 팩트를 접하든 최소한의 의심을 갖고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대 출신의 김태희라는 사람이 탤런트라는데 앞으로 어떤 연기를 펼칠 것인지 그리고 배우로서 어떤 사명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먼저 알아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진짜 서울대출신인지 아닌지를 파헤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