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면 작업복차림의 남자(데니얼)가 몸조차 제대로 가누기 힘든 갱도 안에서 홀로 곡괭이질을 하고 있다. 수차례 불꽃과 파편이 튄 후, 그는 금이 묻은 돌덩어리를 발견한다. 이 장면은 우리가 욕망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알레고리를 제공한다. 어둠 속에서 어둠을 향해 끊임없이 파내려가는 분투와 한줌의 금. 그리고 이 과정에서 데니얼은 폭발 사고로 다리가 부러진다. 그는 개의치 않고 사지를 절단당한 짐승처럼 등으로 기어서 언덕을 내려온다. 금과 신체는 황무지의 풍경 속에서 이토록 간단히 교환된다. 황무지의 풍경은, 인간의 욕망을 조롱하고 시험하는 대지의 섭리를 연상케 한다. 대지는 석유와 금을 온 몸에 품고 인간의 욕망을 받아들인다. 대지는 메피스토와 같은,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금을 캐던 데니얼은 어느새 동료의 아들 H.W.을 데리고 석유 개발업에 뛰어들었다.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지역에 말쑥한 차림의 아들과 함께 도착해 지역의 사람들을 설득한다. 왜 석유를 개발해야 하는지, 자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그리고 왜 선한 사업자인 자신이 석유를 개발해야 하는지. 그러나 이제 막 석유와 돈의 관계에 대해 눈을 뜬 촌의 무지랭이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그들은 석유의 가치와 개발방식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의심이 많고 흥정을 하려 한다. 데니얼이 만들어 놓은 고상한 이미지는 이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크거나 작거나 능숙하거나 미숙할 뿐, 석유광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양보할 수 없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욕망과 욕망이 서로를 주시하는 평원에서 미숙한 자는 속고, 힘없는 자는 빼앗긴다.

다니엘은 이러한 투쟁에서 승리한다. 거대한 석유회사로부터 자신의 장사를 지켜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앙숙이라 할법한 엘라이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뺨을 맞아야 했다. 대신 그는 “송유관을 얻었다.” 그는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신을 만나면 신을 베고 악마를 만나면 악마를 베고서라도 원하는 것을 차지한다. 그가 걷는 길에 친구는 없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방해하는 사람과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이용해야 할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외롭다. 그의 외로움의 근원은, 그가 너무도 솔직하게 자신이 놓인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의 형태가 되었건, 사업의 형태가 되었건, 가족의 형태가 되었건 이 모든 것들은 스스로의 욕망을 위해 움직인다. 지금은 아들이지만, 아들이 독립해서 다른 회사를 창업한 순간부터 아들은 경쟁자가 된다. 따지고 보면 다니엘은 특이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너무나 충실하게 이 법칙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물이다. 다니엘은 솔직하게 이 법칙에 따르고 솔직하게 두려워한다. 누구도 노골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모두가 은밀하게 따르는 규칙이 그를 외롭고 무섭게 만든다. 거대한 사업을 일으켜 세상 속에 우뚝 선 지금도, 어두운 갱도 속에서 홀로 금광을 파던 그 시절과 비교해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다니엘과 엘라이의 대결은 무척 흥미롭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본심을 알고 있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상대방의 요구를 내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한 사람은 돈의 힘으로, 다른 한 사람은 종교의 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한다. 그러나 이들의 아마겟돈은 돈과 종교가 아니라 묵직한 볼링핀과 거친 폭력에 의해 결정된다. 이들은 돈과 종교를 이용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찌 보면 돈과 종교가 이들을 이용해 투쟁을 벌였을 뿐이다. 그리고 이 마지막 전쟁처럼, 이들이 벌였던 투쟁의 본질은 치고 도망가고 피를 흘리는, 단순하고 잔인하고 명료한 원시 상태의 싸움이었다.

불길을 잠재 운 거대한 폭발 후, 검은 석유가 콸콸 솟는다. 사람들은 불길이 욕망일 것이라 믿었다. 불길을 잠재우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진짜 욕망은 석유였다. 모든 것이 사라진 대지에 남아 있는 것은 욕망 자체이다. 욕망의 대상이 되었던 그 무엇은 이미 그 자리에 없다. 욕망의 끝이란 욕망을 제외한 모든 것, 욕망의 대상을 포함한 모든 것의 소멸이다. 욕망이라는 시스템을 믿을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욕망이 영원히 불완전한 이유는, 그것이 자기 소멸을 준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특기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파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