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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07/11 11:40:46  서윤기(서울시의원, 민주당)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다시 생각해봐야
정당공천 없어도 지금과 같은 문제 생길 것

기초의원 및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 논의가 한창이다. 관악구로 따지자면, 구청장과 구의원 후보들에 대해 정당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치쇄신과 대선 때 대 국민 약속 때문이란다. 

 

지역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행사하니 구의원과 구청장은 국회의원 밑으로 줄세우기가 심각하고, 당리 당략에 휘둘릴 뿐만 아니라 공천비리도 끊이지 않는다는 것. 그럴 듯하다. 

 

그러나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불태운다'는 속담이 자꾸 떠오른다. 과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이 문제가 모두 해결될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번을 생각해보아도 정당공천제 폐지가 정답은 아니다. 별로 완화될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다는 결론이다. 현행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공천제를 폐지한다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강화되거나 구의원이나 구청장이 갑자기 소신 있는 지방행정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불태워?

 

돌이켜보면, 2006년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기초의원에 대해서 공천제를 실시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당시도 각 정당에서는 자신들의 대표 주자를 내부적으로 정해서 출마시켰다. 이를 '내천'이라 했고, 그 내천을 받기 위해 후보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치렀다. 심지어 지구당에서 면접을 보기도 했다. 당시, 내천을 바라고 정치자금을 바치는 일까지 비일비재했다. 지금의 공천 헌금과 무엇이 다른가. 국회의원(지역 위원장)의 권한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막강했다. 국회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이 이 사실을 모를까.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어떤 부작용들이 생길까? 현행 중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로 환원될 가능성이 크다. 정당 공천을 폐지한 상태에서 중선거구제를 유지하면 일반 유권자가 후보자들을 변별하기 어렵다. 게다가 정당 소속은 한두 명씩 출마하던 관행이 없어져 정당을 표방하면서 수없이 많은 후보들이 출마를 강행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선거구제로 바꿀 것이다. 하지만 소선거구제로 바꾼다 하더라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후보 난립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또한, 기호 배정이 곧 당선이 될 것이다. 중선거구제 유지일 경우 후보 변별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호는 '로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단체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중에는 '기탁금 얼마 안되니 기호 추첨해보고 좋은 번호 받으면 선거운동하고, 그렇지 않으면 기탁금 정도는 기부한 셈치고 포기하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후보난립·변별력도 문제... 

 

기호추첨이 곧 당선 로또나 다름없어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소수자·정치 신인이 지방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문호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장 여야 여성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 않은가.

 

기초의원의 경우도 지역 토착 유지들의 당선 비율이 높아질 것이다. 현직 구의원이나 구청장의 당선 비율도 정당공천제 시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전국의 기초의원들과 단체장들이 정당공천 폐지에 적극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점도 있을 것이다. 

 

단체장의 경우 다음 정치적 목표가 국회의원인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과의 경쟁적 관계에 있는데, 지금처럼 정당공천제로 인해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점은 부담이지 않을 수 없다. 그 영향력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명분은 풀뿌리 지방자치에서 찾지만 사실상 지역 정치 주도권 경쟁하는 것 아닌가.

 

정당공천제 폐지는 정당정치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정당의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다. 정치 쇄신차원의 정당공천 폐지는 바람직한 논의가 아니다. 무소불위 막강한 국회의원의 특권을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지 정당정치의 책임을 폐지하는 것은 방향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은 것이다. 국민의 정치혐오증에 기댄 포퓰리즘적 대증 처방인 것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는 정당의 역할과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

 

지역 정치 쇄신의 핵심이 또 있다. 기초의원 선거구제와 지역정당이다. 사실상 현재 기초자치단체는 양당 체제다. 선거구제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중선거구제를 통해 거의 1·2등만 당선되게 돼 있으니 여당과 제1야당이 의석을 독차지 하게 된 것이다. 그 여당과 야당이 선거구 획정 당시 4인 선거구를 모두 없앴던 까닭이다. 군소정당이나 시민사회가 끼어들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이런 것이 국민들이 보기에 중앙정치에 지방정치가 예속되는 것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한편, 지역에 기반한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으니 중앙의 여야 당만 당선되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 지역 풀뿌리에 기반한 지역정당 활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우리 정당법은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정당은 전국의 광역단위의 시도당 몇 개를 만들어야 하고 당원도 몇천 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중앙의 논리가 아니라 지역의 이해와 요구에 부합하는 정치 결사체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앙정치에 지방정치가 예속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현행 중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어 1·2당 양당 독점체제를 깨면 된다. 2·3인 선거구는 4인 내지는 5인 선거구로 전환해 군소정당과 무소속의 후보들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당 추천 후보의 수를 일정하게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 여기에 지역 정당을 허용하는 방안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선거구제 개혁·지역정당 허용·정당의 혁신으로 정당 공천제를 보완해야

 

정당의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 의석을 소수 정당에게도 나눠줘야 한다. 한편 정당의 책임은 높여야 한다. 정당간, 시민사회 또는 지역정당과의 정책 경쟁은 더욱 치열해야 한다. 이것이 정치 쇄신이다. 기초 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논의는 새로운 국면에서 지방자치 발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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