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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11/11 15:54:00  박영하(도덕교사·미래형교육과정저지 공동대책위원회 사무국장)
[기고]미래형교육과정을 전면 수정해야 합니다
경쟁이 아닌 협동과 나눔을 배우는 교육으로

요즘 참 힘듭니다.

교사로서 여유와 자신감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치기가 점점 힘듭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교사의 본분인 수업에 전념하기가 어려운 현실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담임업무, 부서업무, 각종 공문처리와 과제물 검사, 네이스업무처리 등으로 그동안 바빴는데 난데없이 '미래형교육과정'이라는 흉칙한 괴물이 나타나 바쁘고 힘든 저를 이전보다 더욱 더 바쁘고 힘들게 몰아부치고 있습니다.

 

처음엔 그 괴물을 저도 그냥 구경만 했는데, 지금은 도저히 가만히 못 있겠더군요. 그래서 관심을 갖고 그 괴물의 실체를 파악하느라 그 괴물을 만든 사람들이 제작한 자료집도 보고 여기저기서 열리는 세미나, 토론회, 공청회를 거의 모조리 다녀보았습니다.

 

그런데 참 기가 막히더군요.

공청회나 토론회가 서로 다른 의견들이 교차되면서 이전보다 나은 결론이나 방안을 찾으려는 것인데, '미래형교육과정'이란 괴물을 만든 제작자들은 전혀 남의 말을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청회와 토론회 명칭을 빌어 대국민 홍보용으로 실적 쌓기를 해 온 것입니다.

 

미래형 교육과정, 졸속 그 자체

 

미래형 교육과정의 면면을 들추어 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첫째, 미래형교육과정은 단기간(6개월)에 몇몇 교육과정학자들의 주관적 입장과 정치적 야욕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만든 초고속 졸속교육과정이다.

 

둘째, 미래형교육과정은 그 구상안의 결정과정에서 관련학과 교수, 교사나 학생, 관심있는 학부모, 심지어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예비교사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의견을 묻지 않은 절차상의 근본문제를 가진 비민주적 날치기 교육과정이다.

 

셋째, 미래형교육과정은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이란 그럴 듯한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인성교육을 대폭 축소하고 교육과정 20% 범위 내에서 재량권을 지닌 교장이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국영수 몰입교육을 강화하거나, 입학사정관제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갖가지 조건을 갖추도록 하여 학부모들에게는 사교육비부담을, 학생들에게는 현재보다 훨씬 많은 학습량을 부과하는 가히 살인적인 교육과정이다.

 

넷째, 미래형교육과정은 현실에 적용하기 전에 수십회의 시뮬레이션(집중이수, 교과군통합 등은 특히)이 필요하고 시범학교에서의 진행성과를 본 다음 구체적인 행정지침을 전국 현장에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막가파식 교육과정이다.

 

다섯째, 미래형교육과정은 절대 마음대로 날뛰게 해서는 안 되며 강력히 그 손과 발을 묶어 꼼짝 못하게 하지 않으면 수많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괴물이 지닌 갖가지 흉기에 심하게 상처와 손해를 입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위험천만한 교육과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교수, 교사들을 중심으로 하여 미래형교육과정이란 괴물이 본격적인 활동을 할 무렵부터 전국의 뜻있는 교수, 교사,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예비교사,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 학생회, 학부모님들을 함께 모아 미래형교육과정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http://cafe.daum.net/antimire)를 만들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교수들은 신문과 방송에 미래형교육과정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알리는 글을 쓰고, 국회 교육과학기술특위를 위원장을 찾아가 국회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는가 하면,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 편지와 이메일을 보내고 미래형교육과정을 만든 사람들과의 맞짱 토론을 제안하고,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시민단체와 교육단체 등을 찾아가 사태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교육부, 평가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홈페이지 게시판과 아고라 토론방에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들의 주장과 요구가 담긴 항의메일과 의견을 개진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라디오와 TV토론 프로그램에도 교수들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비밀리에 급속으로 추진하려던 미래형교육과정 시행은 국민의 강력한 저항과 심판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마음대로 진도를 못나가게 됐다 이 말입니다.

 

경쟁과 성적주의가 아닌 행복을 느끼는 교육으로

 

요즘 저는 잠이 잘 안옵니다. 

미래형교육과정이라는 괴물이 숨을 거두기 전에는 제대로 잠을 못 이룰 것 같습니다.

지난 7월 2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있었던 공청회와 7월 31일 서울교대에서 괴물을 퇴치하기 위한 전국교사협의회 출범식이 있던 날 모임에 참석한 여러 선생님들이 울먹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미래형교육과정이 우리교육 현장에 실행될 학교와 그 실험대상이 될 그 어린 아이들, 내 자식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라고 했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잠이 안 온다"고도 했습니다. 미래형교육과정을 만든 장본인들 앞에서 울먹이며 말을 했는데도 그 괴물을 제조한 그 분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지요. 우리 아이들 지금도 충분히 교육실험의 대상자들로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누가 막아내고 멈추게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입니다.

함께 합시다! 지금부터라도 함께합시다!!

교육은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고 재능과 소질을 찾아 마음껏 발휘하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최첨단의 서비스업입니다. 그런데 우리교육은 아직도 아이들을 교육의 대상으로만 보지 주체로는 보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스스로 커나 갈 힘이 있습니다. 권리가 있습니다.

 

자율학습과 자기주도적 학습이란 말이 그래서 있는 거지요.

아이들에게 남을 이기는 법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

성적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간판보다는 살아가는 힘.

 

진짜 실력을 가르치는 교육을 시작합시다!

이를 위해 이제 우리 교육은 경쟁보다는 협동과 나눔을 가르치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모두가 1등만 바라보는 교육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수준만큼 도달하면 만족할 줄 아는 교육, 구체적 목표도 없이 수능문제풀이에만 열을 쏟는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미래설계에 맞춰 스스로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록 힘쓰도록 도와주는 교육.

 

바로 꿈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교육을 바꾸어 나갑시다!!

빌게이츠는 모교인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에 초대를 받아 한 연설에서 “나에게 좀 더 봉사와 가진 자의 의무를 강조하는 교수님이 계셨더라면 정말 더 일찍 나눔을 실천하며 살았을 텐데..”라며 개인주의와 경쟁을 강조하는 미국사회의 교육풍토를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핀란드 아이들은 1주일에 체육에 쏟는 시간이 평균 15시간이나 된답니다. 그런데도 학력수준 세계 1위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초중고학생들의 체력 정말 심각합니다.

왜 우리교육을 좌지우지하는 교육학자들과 위정자들은 이런 점은 보지 못하는 걸까요?

어째서 경쟁과 성적위주의 사고에서 머물러 있는 것일까요?

 

그건 아마도 그들이 도움과 나눔의 미덕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그다지 경험한 적이 없어서 일겁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덕지체를 골고루 겸비하지 못한 기형적 인간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기형적 인간들이 만든 교육과정을 왜 우리가 수용해야 합니까? 마땅히 거부해야 하지요. 우리에게도 행복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미덕과 가치를 가르치는 교육이 절실합니다.

 

건전한 체력과 문화적 감성, 도덕성이 가장 중요한 재산인 세상입니다. 아이들이 아름다운 시와 노래를 가슴에 품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요즘 우리의 아이들은 무슨 노래를 부르고 어떤 시를 품고 살고 있나요? 참으로 암담하고 답답한 현실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노래와 시 한 수를 들려주기는 커녕, 마음껏 뛰어놀 시간을 빼앗가려는 것.

비록 의도하진 않지만 결국 그렇게 되고야 말 것, 미래형교육과정의 종착역이 그 곳입니다.

가장 비교육적인 모습으로 우리학교를 바꿀 괴물과도 같은 기형적 교육과정,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미래형교육과정을 전면수정하기를 촉구합니다.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러나 만일 변함없이 고집을 부린다면 우리도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후세에 부끄러운 교육의 역사를 절대 남기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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