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만 해도 간판도 없이 은밀하게 이루어져 왔던 키스방이 최근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주변까지 간판을 내걸었다. 초등학교 앞 학교정화구역 내에서까지도 버젓이 영업 중인 키스방도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관내에 키스방이 우후죽순 확산되고 있는데도 이들의 영업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키스방은 자유 업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영업신고 자료만으로는 그 숫자를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의 간판을 내걸고 실제로는 키스방 영업을 벌인다고 해도 알 길이 없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법적 제재 근거 없어 성행하는 키스방

▲낯 뜨거운 이미지와 문구로 이루어져 있는 키스방 전단지는 이제 주택가까지 침범했다.

키스방은 여성 종업원이 키스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 직접적인 성관계는 하지 않지만 상의탈의까지 가능한 신종유해업소 중 하나이다. 키스방이 관내에서 성업 중임에도 단속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관악경찰서 생활질서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키스행위는 유사성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키스방은 유해업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간혹 유사성행위가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실제 성행위 현장을 포착하지 않는 한 단속은 어렵다고 토로했다.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는 형태이다.  

행운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앞 건널목을 건너면 버젓이 영업 중인 키스방을 발견할 수 있다. 유해업소는 학교정화구역법에 의해 직선거리 50m 이상이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학교와 키스방은 같은 시야에 들어왔다. 이에 동작교육청 학교보건법 관계자는 “이 업소는 이전에 휴게전화방이었던 것이 업종을 바꿔 영업 중이다. 지금까지 이 업소를 여러 차례 고소 조치했었고, 연말쯤이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스방이 학교 앞까지 침투해 성행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현희 팀장은 “업주들이 관련법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이들은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기 때문에 현행법이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느슨한 법이 그들에게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대응이 강경하지 못한 것도 그들을 도와주는 꼴이다. 적발된다 하더라도 즉결심판을 받거나 벌금의 수위도 높지 않아 업주에게 단속이란 결코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런 업주들은 대부분 단기적으로 사업을 벌이면서 계속해서 업종을 바꿔가고 있다. 때문에 적발시 주체가 없는 경우까지 있다.

키스방의 경우 법적 제재의 근거가 없어 영업신고 절차만 밟으면 영업이 가능하다. 키스방 같이 성매매성이 다분한 신종 유해업소가 ‘자유 업종’으로 등록이 된 채 거리로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황파악조차 힘들다면 단속과 같은 차후의 대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유사성행위 여부의 기준을 따로 두지 않고, 성산업을 영업 허가업종으로 변경하는 것도 모색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성매매는 여성의 인권문제와 직결, 남성 스스로가 인권 의식 지녀야

이러한 구조 속에서 키스방 같은 신종유해업소가 학교 앞까지 활개를 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학교정화구역의 경우에도 절대정화구역이 50m(상대정화구역 200m)로 건물 몇 개를 오가는 정도의 거리인데 50m에서 1m만 넘겨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간판이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거리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된다. 어린이들에게 여성의 신체를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형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현희 팀장은 “가장 시급한 것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는 업주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관련법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무리 관련법령이 견고하게 만들어진들 어떻게든 법망을 피해가는 업주들은 존재할 것이다. 법적 규제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강팀장은 무엇보다 성산업의 이용자인 남성들이 성매매가 인권의 문제라는 것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성매매근절’이 구호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인식 제고를 위한 여성가족부의 대대적인 캠페인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