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씬의 복학생 The RockTigers를 만나고 왔습니다.
뮤직르포 취재피디 김여진

2년 전 쯤 개그콘서트에서 유세윤 씨의 복학생 캐릭터가 인기를 끌 때 저도 참 열광했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초등학교 시절의 불량과자나 유치한 말장난, 추억의 물건들을 술술 풀어놓는 복학생이 정겹고 귀여웠습니다. 그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줄 수 있었던 비결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그리워했던 과거의 영광들을 즐겁고 순수하게 재현해내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왼쪽부터 Velvet Geena(보컬, 어쿠스틱기타), Ace(기타), Tiger(보컬, 기타), Roy(베이스), Hurricane Billy(드럼)

지난 2월 3일 토요일에 다녀온 밴드 더 락타이거즈(The Rock Tigers)의 공연에서도 그런 즐겁고 순수한 과거의 영광을 로큰롤으로써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 락타이거즈는 2001년 가을에 결성되된 드럭 레이블 소속의 5인조 밴드입니다.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겪으면서도 로큰롤이라는 장르를 놓지 않고 벌써 7년 째 쫓고 있는 이들의 열정이 홍대 클럽 스테이지에서는 어떻게 발산되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공연당일 3월에 발매될 두 번째 앨범에 실릴 음악들을 8곡 정도 죽 들으면서, 이들이 왜 로큰롤을 그렇게 고집하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로큰롤이라는 단어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피상적인 이미지를 깨고, 진짜로 어떻게 이것을 즐겨야하는지 락타이거즈에게 배우고 온 느낌이랄까요.
클럽 SPOT 앞 놀이터 근처엔 전깃줄로 몸을 휘감은 나무들 아래 예쁜 옷들과 악세사리들이 즐비했지만 한눈팔지 않고 클럽 아래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앰프에서 울려 퍼지는 너바나의 territorial pissing이 이 때 만큼은 제게 긴장감을 더해 줍디다. 앞서 여러 밴드의 공연이 끝나고, 이 날의 피날레를 장식해 줄 더 락타이거즈가 무대에 오르자 단연 악기 콘트라베이스가 먼저 돋보였습니다. 이를 연주하는 베이스의 로이 씨는 꽤 무거울 텐데도 불구하고, 일반 일렉 베이스를 다루는 다른 베이시스트들보다 훨씬 화려하고 신나는 무대매너를 연출해내고 있었습니다. 보컬 타이거 씨의 목소리와 각종 모션은 땀에 흠뻑 젖어 가는 와중에 오히려 점점 더 커져 갔고, 벨벳 지나 씨도 시종일관 경쾌한 스텝을 밟으며 함박웃음을 지어 40분 내내 무대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제는 한 물 갔다고 생각한 로큰롤을 하는 밴드, 한물가기는커녕 오히려 술, 친구와 더불어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 로큰롤이라고 크게 외치고 있는 밴드, 뚜렷한 스타일을 지니고 고집 있게 자신들의 음악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근성이 돋보이는 밴드 더락타이거즈의 공연은 정말 7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노련하면서도, 복학생의 개그처럼 정겹고 즐거웠습니다.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그저 리젠트 헤어나 미모의 홍일점만으로 기억되어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이다.

"요즘 가수들은 무슨 장르도 하구요 또 뭐도 하구요 그러잖아요..사실 그건 말이 안되잖아요...아..말이 되나?..ㅋ 암튼 밴드의 Originality는 정말 중요한 것 같어요"라며 살짝 소심한듯 밴드만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강조하는 The Rock Tigers.
복학생의 칼라파워를 아무에게서나 찾아볼 수 없듯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The Rock Tigers만의 지속가능한 추억과 복고의 사운드를 계속 생산해 주시기 바랄게요.(Velvet Geena 언니. 날개 이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