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월) 관악구에 거대한 물폭탄이 떨어진 이후 10일이 지난 18일 오늘. 다시 신사시장과 청룡동 산사태 현장을 3번째 찾았습니다.

오늘 오전 10시, 신사동 주민센터 앞에서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수해피해 현장을 함께 다녀왔습니다. 또 특히 피해가 심했던 관악신사시장 주변과 청룡동 그린빌라에도 다시 한 번 방문했습니다.

▮거리는 깨끗해졌지만 내부엔 여전히 남아있는 그 날의 ’흔적’

자원봉사자를 따라 걸어간 길은 불과 3일 전만 해도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깨끗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빗물이 휩쓸고 간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아직 도움이 더 필요해보였습니다.

청소 중이던 주민분께 피해상황을 묻자 “그 날은 생각하기도 싫다.”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이 주민께선 8일 밤, 갑자기 들이닥친 비를 막기 위해 밤새 물을 퍼냈다고 합니다.

이후 반지하에 갇혀 목까지 물이 차올랐었다는 한 주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차오른 빗물로 문도 열리지 않아 창문을 붙잡고 버티며 119 구조대원을 기다렸다고 하는데요. 두 손을 떨며 이야기 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수마가 남기고 간 흔적은 건물 내부 뿐 아니라 마음 속에도 남아 누군가에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통을 남겼습니다. 하루빨리 피해 복구가 완료돼 수해 피해자 분들의 일상이 회복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자원봉사자 인터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관악구 신사시장 주변 곳곳에서 자원봉사자분들의 분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관악구 자원봉사자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도 계십니다.

한 봉사자분은 수해복구를 돕기 위해 대구에서 관악구까지 오셨다고 합니다. 

힘든 점은 없는지 물으니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관악신사시장 소상공인 인터뷰 “재산 피해만 8억이예요”

거리의 쓰레기가 많이 치워진 신사시장 근처에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40년 동안 이곳에서 일해왔다는 사장님은 지하 창고에 모아둔 자재들이 모두 비에 젖어 밖에 꺼내둔 상태였는데요.

처음엔 이웃 주민들이 걱정 어린 말을 건넸지만 지금은 ‘왜 치우지 않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대로 둔 이유를 묻자 “버릴 수가 없어요. 이게 다 하면 8억인데, 구청에서 현장실사를 나와서 피해 정도가 얼마인지 파악을 해줘야 치울 수 있지 않겠어요. 우리도 불편해요.”라며 관악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청룡동 그린빌라, 10일 지났지만 지하엔 여전히 빗물이...

다시 찾은 청룡동 그린빌라 지하는 여전히 토사물로 가득했습니다. 뒷산에서 내려온 나무와 흙이 건물을 치며 깨버린 유리창이 보였습니다. 그 날 주민들은 얼마나 놀랍고 무서웠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