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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01/11 17:39:32  구자원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멈추지 않고 달려온 10년, 버스는 잠시 멈췄지만...

가을의 끝을 알리며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던 202111월의 어느 날

10년 동안 멈추지 않고 달려온 버스의 엔진이 꺼졌다

커다랗게 EXIT 글자가 새겨진 이 버스가 10년을 달려온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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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위기상황에 놓인 청소년을 위해 거리에서 청소년을 만나온 움직이는청소년센터 엑시트의 이윤경 센터장과 비대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Q. 본인 소개 부탁합니다.

 

A. 저는 거리에서 청소년들을 만나고 같이 살 궁리를 하며 엑시트에서 활동 중인 윤경이라고 합니다.

 

Q.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에 대해 궁금한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청소년들이 좀 더 존엄하고 

평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A. 엑시트는 2011년에 처음 시작을 했어요. 비상구 그림이 그려진 38인승 버스를 중심으로 2011년부터 2020년까지는 매주 목요일, 금요일 두 지역에서 아웃리치 활동을 했고 2020년에 한 지역을 정리하면서 신림에서만 진행을 했어요. 아웃리치를 통해서 탈가정 거리 청소년들을 만나왔고요.

 

그런데 거리에서 청소년들이 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기 상황들이 있잖아요?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굉장히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대접들을 많이 받는데 좀 더 존엄하고 평등한 삶을 같이 살아갈 수 있도록 뭐든 같이 움직이고 있고 버스에서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어요.

 

또 청소년들이 제안해주는 활동도 하고 어떻게 하면 어리고 미성숙한 사람이 아니라 동료 시민으로서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활동해 왔습니다.

 

Q. 말씀하신 활동들 중에 꼭 소개하고 싶으신 활동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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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랜 기간 진행해온 활동을 하나 말씀드리면 ‘4.16 기억과 행동 청소년 실천단인데요. 이름에서 다들 아시겠지만 20144.16참사가 일어났을 때 저희 활동지가 안산이었어요. 그곳에서 만난 청소년들 중에 단원고에서 희생되신 분들을 아는 이들도 굉장히 많았어요.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진실 규명을 위한 추모 행동을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하고 제안해서 만들어준 게 줄여서 ‘4.16 실천단이예요. 2014년부터 매년 4.16 실천단 활동을 추모 기간에 해왔거든요.

 

함께 행동하고 실천하는 진짜 연대

 

그렇게 연차가 좀 쌓이니까 청소년들이 , 이게 4.16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이런 것도 문제 아니야? 또 이런 것도 우리가 좀 알면 안돼?’라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성소수자, 청소년 참정권 등으로 의제가 확장되기도 했어요.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같이 공부하고 함께 행동하고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을 2014년부터 계속 해왔죠.

 

저희는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요. 청소년들과 서로 이름을 부르는데 실제로 이런 실천 활동을 할 때 , 우리가 정말 연대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서로 주고 받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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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11112일을 끝으로 엑시트 활동이 끝났는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A. 너무 많은 장면들이 있는데 (하나를 선택하자면) 최근에 활동 정리를 앞두고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어요. 10월 29일에는 10살 파티라고 이곳을 이용했던 청소년들과 활동가들이 아웃리치 현장에 모여서 그동안 활동했던 사진과 영상을 봤어요.

 

처음 청소년들을 만났을 때는 대답도 잘 안해주고 어떤 말도 잘 안 믿어줬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청소년들이 활동가들에게 고생했다, 고마웠다이런 얘기를 적극적으로 해주는 거예요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겪으면서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구나, 많이 변했구나라는 게 확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렇게 마음을 표현해 주는 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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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엑시트에서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게 식사였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식사 외에도 청소년들이 직접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한 활동이 있었나요?

 

10년 동안 청소년들이 엑시트를 찾은 이유 1순위는 환대

 

A. 저희가 매년 10월부터 활동 평가가 들어가요. 청소년들이 직접 평가를 하는데. 우리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뭘 좀 개선했으면 좋겠는지 이런 걸 알려주는 거죠. 그리고 그 결과를 다음 활동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데 10년 치 자료를 쭉 보니까 10년 동안 매년 청소년들이 엑시트를 좋아하는 이유로 선택한 1순위가 환대였어요.

 

엑시트에 가면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자기에게 주목되는 게 쑥쓰러웠는데 속으로는 나를 환대해줘서 너무 좋았고 또 환대를 해주니까 이곳을 방문하는 게 어렵거나 불편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밥 먹고 이런 거 너무 중요하고 실제로 굶은 사람들도 많은데 또 하나의 허기는 심리적 허기거든요. 사람이 많이 연결되어 있으면 갑자기 어떤 위기 상황이 생겨도 그 사람들한테 위로 받기도 하고 물어볼 수도 있잖아요. 탈가정 청소년들은 나를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어려운 거예요. 작은 일도 같이 시작해주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죠.

 

청소년들이 엑시트를 이렇게 좋아해주고 애정해줬다면 그렇게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아해 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Q. 제가 버스를 밖에서만 봤는데 이렇게 들어보니 그 안은 굉장히 따뜻한 공간 같네요

 

A. 좋은 것만 얘기해서 그렇지 청소년들하고 많이 싸우기도 해요. 활동가들에게도 마냥 좋은 사람만 되지는 말자고 이야기 하거든요. 갈등이 있을 때, 입을 꾹 닫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갈등을 풀기 위한 시도를 할 때 서로 더 평등해지잖아요


그래서 청소년이 어떤 행동이나 말로 불편함을 표현하면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뭐가 불편했는지, 어떻게 나를 대접해 줬으면 좋겠는지를 서로 이야기 하죠. 사실은 힘든 일이 훨씬 더 많아요.

 

Q. 그럼 말씀하신 김에 어떤 힘든 일이 있었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현장 활동만으로는 역부족, 제도의 개선 필요

 

A. 보통 청소년 기관들은 그 사람과 관련된 어떤 면담지를 작성해야 해요. 이름, 생년월일, 가출이나 장애여부 등을 물어보거든요. 근데 저희는 그런 걸 묻지 않아요. 그냥 청소년이세요?’ 묻고 청소년이면 이용할 수 있어요. 식사하세요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거든요.

 

저희는 관계를 쌓아가야 이 사람이 우리에게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해도 안전한 곳이라고 느낀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조건이 있어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관계를 쌓는데 더 집중하죠.

 

그런데 이런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일이 힘들어요. 관계를 쌓다가 청소년이 자기 어려움을 털어놓고 같이 해결책을 알아보거나 하는데, 고비를 넘어서도 또 다른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문제를 겪거든요. 그럼 활동가 입장에서는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시스템이 좀 달라졌으면, 제도가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현장 활동만으로는 청소년들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고 희망이 보여야 되니까. 이게 제도 개선 활동을 하는 이유예요.

 

Q. 엑시트 활동이 10년 만에 마무리 되었는데, 원래 10년만 하고 그만하겠다고 기간을 정해뒀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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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건 아니예요. 저희를 지원해주던 곳이 함께 걷는 아이들이라는 사회복지법인이었어요. 저희는 100% 민간지원으로 운영되던 곳이거든요. 지금까지 엑시트가 이렇게 유연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함께 걷는 아이들에서 동의해줘서 가능했어요.

 

엑시트와 청소년들을 믿고 동의해주고 지원해줘서 여기까지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 함께 걷는 아이들이 재정적으로 힘들어지면서 다른 재정 확보를 위한 지원처를 알아봤는데 결론적으로는 확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청소년을 만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시즌1을 종료하자고 결정을 하게 되었어요.

 

Q. 시즌1을 종료한다고 표현하셨어요. 시즌2에 대한 계획도 있으신 건가요?

 

지금은 잠시 멈추지만, 

누군가 필요하다면 다시 힘차게 달려볼 수 있기를 

 

A. 그냥 저희 문 닫아요라고 표현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너무 허전해서요. 그래서 일단 시즌을 정리하자, 누군가 필요하다고 하면 엑시트가 다시 활동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그 때가 시즌2겠지, 이런 마음으로 일단은 시즌1 정리를 한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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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간 거리의 청소년과 함께 해온 EXIT는 2021년 11월 12일을 끝으로 잠시 활동을 멈췄다. 끝이 아닌 멈춤이기에 언젠가 다시 한 번 버스가 재시동을 걸고 힘차게 달려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함께 걷는 아이들]

전화 : 02-522-7935

홈페이지 : https://www.withu.or.kr/USR_main.asp??=Main/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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